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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이야기]쌍용자동차 판결로 본 정리해고

 

대법원은 지난달 13일 쌍용자동차의 생산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 대해 근로자의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근로자들이 패소한 것이다.

대법원은 “국제금융위기와 경기불황에 덧붙여 경쟁력 약화, 주력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세제 혜택 축소, 경유 값 인상에 따른 판매량 감소 등 계속적·구조적 위기가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해고를 단행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존재했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회사가 정리해고에 앞서 부분휴업과 임금 동결, 순환휴직, 희망퇴직 등의 조치를 한 만큼 해고 회피 노력도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해고 근로자들은 복직이 무산되는 점에 대해 침통해 하면서, “자본에 줄서기 한 판결”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재계는 일제히 환영하면서 “해고 조건을 지금보다 완화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가 있고, 해고 회피 절차를 최대한 거치는 등의 요건을 갖췄을 때에만 가능하다.

애초 노동 관계법에는 정리해고 조항이 없었으나,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노동 계약의 유연성을 내세우며 정리해고 제도를 도입했다.

정리해고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지 여부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본다.

기업이 유동성 위기나 '장래의 닥쳐올 잠재적 위기'를 주장해도 법원이 이를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없지 않다. 회사 측 사정을 비교적 넓게 인정해 주는 셈이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재판에 6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지난 2009년 쌍용차 대량 해고 사태로 인한 자살과 질환 등으로 25명의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법률 격언이고, 헌법은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무리 실체적 진실을 찾는다 하더라도 적시에 이뤄지지 아니하면 정의가 아니다.

정리해고 문제는 근로자의 생존권과 사용자의 경영권이 충돌하는 영역이다. 어떤 입장에서 이 두 가지를 조화시키고, 적절한 규제의 기준을 세울 것인가를 지혜롭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판결은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 논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은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해서 ‘경영 악화로 현재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사실상 폐업 상황에서만 정리해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헌법상 자본주의의 근간을 유지함과 아울러 근로자의 고용보호라는 문제를 해결할 신의 한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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