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먹으면 약이 되지만, 과하게 먹거나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독이 된다는 게 술이다. 그래서 ‘과음’과 ‘폭음’ 다음날 아침엔 영락없이 고통이 따른다. 이른바 ‘술병’이 나는 것이다. 갈증, 두통, 속쓰림은 물론 장이 뒤틀리고 온몸이 쑤시는등 정신마저 없다.
이같은 고통은 ‘숙취’가 원인이다. 특히 술을 마시는 속도를 미처 간이 따라잡지 못하면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에 쌓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얼굴이 홍조를 띠고, 구토를 하고,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고, 시야가 흐려진다. 숙취를 풀기 위해 우리는 흔히 해장을 한다. 그리고 해장(解腸)으로 이해하여, ‘해장국’을 ‘뒤집힌 속을 푸는 국’ 정도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이다. 왜냐하면 ‘해장국’은 ‘해정국’이 변한 말이기 때문이다. ‘해정’은 한자어 ‘解 (해정)’으로 ‘숙취를 풂’이라는 뜻이다. 옛날 사람들은 ‘해정국’을 ‘성주탕(醒酒湯)’이라고도 불렀는데. ‘술을 깨기 위해 먹는 국’이라는 의미다.
숙취 해소제와 음식은 술꾼이 술 마시는 이유보다 많다. 차의 종류도 셀 수 없다. 약도 부지기수다. 우리나라에서는 그중에서도 해장국을 으뜸으로 친다. 따라서 이런 해장국의 종류만 수십 가지가 넘는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몽골에서는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에는 삭힌 양 눈알을 넣은 토마토 주스를 마신다. 미국에서는 토마토 주스와 맥주를 섞은 칵테일을 만들어 먹는다. 다양한 차를 즐기는 중국에서는 숙취도 녹차로 해결한다. 폴란드에서는 피클이, 홍콩에서는 버터나 날달걀이, 태국에서는 삶은 달걀튀김이 해장음식으로 꼽힌다. 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를, 그리스에서는 커피 원두를 갈아 레몬주스에 타서 먹는다. 소금과 식초에 절인 청어를 피클 양파에 싸서 먹는 독일과 새우와 해산물을 매운 고추에 양념한 샐러드를 먹는 멕시코는 해산물 해장을 즐기며, 루마니아와 터키 등에선 우리와 비슷한 소 내장탕을 먹는다. 기묘한 해장 방법도 있다.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은 겨드랑이 밑에 레몬즙을 바르는 것으로 숙취를 해결한다. 최근 미국 허핑턴포스트가 술을 마시기 전에 먹으면 좋은 숙취 막는 음식 5가지를 소개해 화제가 됐다. 달걀, 아몬드, 우유, 아스파라거스, 피클이 그것이다. 그런데 영국 페닌술라 의대 연구진이 효능을 분석한 결과 '별로'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숙취를 막는데는 뭐니뭐니 해도 덜 마시는 게 최선인 모양이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