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을 주무르며 ‘갑’의 입장에 있는 의원들과 예산 배정을 열망하며 ‘을’의 위치에 있는 공무원들간 술자리가 비일비재해 지방자치단체의 또 다른‘갑의 횡포’라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다.
화성시의회 의장과 부의장이 지난 11일 동료의원 5명과 함께 점심 때 접대성 술을 마신 뒤 음주 상태에서 내년도 시 사업예산 계수조정을 한 사실이 공개됐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2일 새누리당 김정주 의원이 제139회 제2차 정례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폭로하면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시의회 각 상임위에서 결정된 예산안을 음주 상태에서 예산액을 증액시킨 예결위는 바로 ‘음주 예결위’가 아니면 무엇이냐”며 “청렴하고 공정해야 할 의원들이 야합과 밀실정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의장과 부의장의 사퇴할 용의는 없는지 묻기도 했다.
의장과 부의장이 포함된 본예산결산특별소속 의원 7명(새정치 민주연합 4명, 새누리 3명)은 지난 11일 시청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에 소재한 모 횟집에서 시청 일부 간부들을 배석시킨 가운데 점심식사를 가졌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점심식사는 술과 음식을 함께 먹은 뒤 2시 20분쯤 의회로 돌아와 얼굴이 빨개진 음주상태에서 계수조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일행이 지불한 식사비와 술값은 업무추진비로 집행부와 의회가 나눠서 총 69만5천원을 계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내년도 사업예산을 확정하는 계수조정이 이뤄지는 민감한 시기라 이날 술자리의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시의회는 예산심의 기간에는 집행부와의 자리가 예산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시 공무원들은 “각 국 부서 간부들이 돌아가며 집행부의 사업비 예산의 돈줄을 쥐고 있는 의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건 거의 관행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회기 때마다 의원들이 식사자리에서 음주행위가 다반사이어서 점심 식사후 얼굴이 벌건 상태로 들어오는 의원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원 스스로의 자성과 당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성=최순철기자 so5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