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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칼럼]미생을 완생으로 만드는 성품

 

원작 만화뿐 아니라 드라마로도 인기몰이를 한 ‘미생’은 직장에서 인생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자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담고 있어 보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애잔했다. 무엇보다 책상 위의 가족사진을 뒤집어놓은 채 일하는 오 차장의 고민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내의 잔소리가 생각나서 사진을 뒤집어놓는다고 말하지만 실은 가족들에게 늘 미안해하는 아버지의 진심이 거기 담겨있지 않을까?

그렇게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 채 일터에서 모든 열정과 노력을 다 바쳐야 하는 그들, 그러나 정작 가정으로 돌아오면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존재감조차 희미해져 초라한 모습이 되고 마는 그들이다. 여기서 나타나는 ‘부성의 부재’현상은 한 가정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도 부성의 부재가 가져다준 부정적인 사례들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자녀의 정서적인 발달에 영향을 주는 아버지로서의 친밀감이 곧 ‘부성’이다. 부성의 부재는 우리 사회가 가진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의 문화와 더해져서 아이들이 좋은 성품을 키워야 할 중요한 시기에 그 과제를 놓쳐버리게 만드는 주범이 되었다. 아이들은 아버지와의 친밀감 속에서 좋은 기억을 만들어야 하는데, 도리어 아버지로부터 상처를 받거나 무관심에 방치됨으로써 부정적인 성품 형성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딸들의 경우 이런 부정적인 영향으로 남성에 대해 불신함으로써 이성관계의 단절을 불러오기도 한다. 남자아이들의 경우 아버지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때 대인관계에 소극적이거나 공격적 성향을 갖기 쉽다.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에 부성의 부재가 대물림되고 있을까? 그 까닭은 지금 세대 아버지들의 양육방식이 전 세대 아버지들의 양육방식을 닮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버지와의 ‘좋은 기억’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버지들은 자녀들과도 좋은 기억을 만들지 못한다. 반대로 아버지와 자연스럽게 생각을 나누고 감정을 공유해온 자녀는 훗날 자신이 부모가 되어서도 자녀와의 소통이 자연스럽다.

부성이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옥스퍼드 대학교의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다. 즉 아버지가 부성을 더 많이 표출할수록 자녀의 학업 성적이 향상된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아버지와 매일 대화를 나눈 자녀들의 행복도는 무려 87%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러니 하루 10분씩 자녀들과 ‘해피타임’을 갖고, 자녀에게 좋은 기억을 심어주는 것이야말로 자녀를 더 훌륭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만드는 비결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직장에서의 성취가 가족의 생계와 직결되어 있으므로 직장에 몰두하는 아버지들의 고충을 이해하더라도, 휴일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흔들어 깨워 놀자고 조르다가 끝내 포기해버렸던 우리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자. 또 아버지 옆에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해하던 청소년 시절도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내 아이들만큼은 내가 느낀 부성의 부재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아이들을 향해 부성을 표현해야 한다.

성품이란 한 사람의 생각, 감정, 행동의 표현이다. 그리고 좋은 성품은 그가 속한 사회의 문화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좋은 성품을 가르치고자 한다면 그 사회의 문화를 바꾸는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

‘프래디(Friend+Daddy)’라는 새로운 유행어가 등장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친구 같은 아빠의 모습을 갈망한다. 2015년은 무엇보다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자녀들에게 ‘프래디’로 ‘완생’에 이르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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