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1 (목)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올 해는 우리에게 닥친 너무나 크나큰 아픔으로 온 나라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은 시간이 이어졌다. 어이없게도 그 고통의 틈에서 우리를 희롱하는 온갖 루머와 당국의 무능한 대처와 비리와 부정의 단단한 결속을 보면서 절망과 분노에 떨었다. 그 비통의 시간을 자신들의 계산 된 목적으로 이용하는 비열함도 있었고 그 틈을 비집고 잇속을 챙기려는 파렴치한도 있는가 하면 진정으로 부둥켜안고 울고 그들의 손을 잡고 일으켜 주고자 하는 갸륵한 모습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동짓날에 내가 속한 단체에서 다문화 가정을 위한 문화체험 행사를 후원하게 되었다. 낯선 타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일이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짐작은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감내해야 하는 고통은 깊이를 재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주민자치위원들과 함께 찾아 온 다문화 가정의 주부들은 곧 낯선 분위기에 빠른 속도로 적응해서 다행이었다.

그들이 우리의 새로운 이웃으로 적응해 가는 모습처럼 보기 좋아 오히려 우리를 안도시켰다. 사전에 귀띔도 없이 나에게 동지에 관해 설명을 해야 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갑작스런 일에 당황했지만 평소 알고 있는 일반적인 내용으로 설명을 하는 도중에 한 가지 비유가 떠올라 말을 이었다. 우리가 한정된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한 번에 같은 일을 하기가 어려워 조금 더 넓은 장소를 필요로 할 때가 있다. 이처럼 밤하늘에도 많은 별들이 있는데 우리가 매일 보는 별들보다 많은 작은 별들이 큰 별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아 일 년에 단 하루 동짓날에는 햇빛을 사양하고 밤을 더 길게 만들어 그동안 숨어 있던 작은 별들도 다 마음껏 빛나게 해 주는 날이라는 말을 곁들였는데 오히려 반응이 좋았다. 물론 이 비유는 검증이 전혀 안 된 내 상상이지만 그늘에 가려진 삶에도 작으나마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일정이 끝나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런 행사가 또 있었으면 좋겠다는 인사로 짧았던 만남은 마무리 되었다.

엄마와 누나로 보이는 두 여성이 쌀쌀한 날씨에 심통이 난 남학생에게 번갈아 가며 무슨 말인가를 하면서 따라가고 간다. 일부러 들으려 하지는 않았으나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두 여성은 애걸에 가까울 정도로 남학생을 토닥이며 달래는 중이었다. 엄마와 누나는 싫다는 아들에게 재수를 시켜야 할 입장이고 아들은 어떻게 되든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 또 다시 수능을 보고 싶은 생각은 꿈에도 없어 보였다. 이번 수능에서 받은 점수로는 아버지가 생각하는 대학에 입학이 틀렸으니 아예 보따리 싸가지고 기숙학원에 보내라는 아버지의 호통에 울고불고 하는 아들을 데리고 바람 쐬러 가자고 해서 아버지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과정이었다. 누구에게나 공부는 피해 갈 수 없는 요소이고 점수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 또한 자명하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 주변에는 인문계 90%가 놀고 있다는 인구론을 바탕으로 하는 ‘스튜던트 푸어’와 만나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어느덧 한 해를 보내는 세밑에서 모든 것을 놓아 보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으나 돌아보지 않으려 해도 우리 마음에 각인된 슬픔이 더 이상은 회한이 아닌 밝아오는 새해를 슬기롭게 살아낼 승화된 에너지로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배너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