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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송마영양(送馬迎羊)

올 한해 줄기차게 달려온 갑오년(甲午年) 청마(靑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올해초 말이 주는 상징이 무엇보다 박력과 생동감이어서 많은 기대를 했다. 또한 청마가 드높은 기상을 가진 활력이 넘치는 동물로 꼽혀 어느해 보다 역동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특히 갑오의 강한 에너지가 개인 활동과 국가의 명운에도 큰 변화를 줄 것이라는 희망도 가졌었다.

120년 전인 1894년 봄엔 갑오농민전쟁이 발발했고 여름엔 갑오개혁이 일어났다. 신분제를 폐지하고 노비 매매를 금지했으며 공식적으로 양반과 평민을 구분하는반상제를 폐지하는 등 조선 최대의 개혁이 바로 이 해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는 바램으로 끝나버렸고 결과 또한 정 반대의 꼴로 나타났다. 지나온 나날들 어느 한해 다사다난 하지 않았던 적이 없지만 올해는 유독 더했다. 건국이래 최대의 참사로 불리는 세월호사건으로 꽃다운 10대 등 304명의 생명이 스러져가 가족과 국민의 눈물을 마르게 했고 온 국토를 슬픔에 잠기게 했다. 상처를 치유하는데 국력을 쏟아 부었지만 치유는 커녕 경제마저 뒷걸음 질 쳤다. 그런데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사고 수습이 안된채 갑오년을 보내고 있다.

국민들의 놀란 가슴이 진정되기도 전 나라를 지키라는 군대에선 총기와 구타 사건으로 애꿎은 병사들이 사망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발생해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에너지가 분출하고 개혁을 이루어야 하는 정치권은 또 어떠했던가. 변화도 희망도 주지 못한채 당리당략에 침몰했고. 150일 회기동안 단 한건의 법안도 처리 못했다는 오명만 남겼다. 거기에 통진당 해산에 이르기까지 나라는 보수와 진보로 더 극명하게 갈라졌고 국정의 콘트롤타워인 청와대는 정윤회 사건에 휘둘려 ‘대한민국호’의 방향타마저 분실한 꼴이 되어 버렸다.

경제계에선 어느해보다 ‘갑질’이 심해 수많은 ‘을’의 마음을 다치게 했고 그런 와중에 ‘땅콩회항’ 이라는 웃지못할 사건도 발생, 재벌의 실종된 ‘오블레스 노블리주’로 인해 서민가슴을 멍들게 했다. 이런 갑오년이 하루 뒤면 을미년(乙未年) 푸른 양(羊)에게 ‘세월의 궤적’을 넘기고 60년 후를 기약하며 우리 곁을 떠난다. 화목과 평화의 상징이라는 양의 해엔 어떤 희망과 좌절이 우리의 희비(喜悲)를 가를까. 설레고 걱정된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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