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초 연말정산 대란에 이어 지금은 건강보험 부과체계와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 발단은 지난달 28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금년 중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겠다는 발표에서 비롯되었다. 부과체계 개편은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로 2013년 7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공정하고 합리적인 부과체계의 개선을 위해 연구와 노력이 계속되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연기로 매년 5천만건 이상이 발생하는 민원은 현재 진행형으로 고스란히 남게 되었다.
보험료 부과체계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수입이 48조3천489억원, 지출은 45조8천265억원으로 2조2천224억원의 당기수지 흑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3년(2010~2013년)에 이어 4년 연속 흑자가 유지되면서 누적수지도 10조7천427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4대중증 질환 보장성 확대 등으로 흑자 규모는 2015년 1천321억원으로 급감한 뒤, 2016년에는 1조4천697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이후 적자는 계속 불어나게 된다.
건강보험 재정 상태가 갈수록 이처럼 나빠지는 원인은 2014~2018년 5년 동안 보험료 등 수입은 연평균 7.4%씩 늘어나는데 비해, 건강보험 급여 등 지출은 9.7%씩 증가하기 때문이다. 즉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국민들은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지만 의료비 지출을 따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위 사항은 건강보험료 인상률이 연 1.35% 수준에서 억제되는 것을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다.
이러한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건강보험 제도의 존속을 위해서는 가입자, 공급자(병원 등), 보험자(국민건강보험공단), 정부 등 운영주체가 참여하여 수입 및 지출관리에 누수가 없도록 꼼꼼하게 재정을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먼저 재정 상황 공개·공유 등 재정구조 전반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확보하고 현행 저부담·저급여 체제에서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험료 부담, 급여 결정 등에 관한 사회적 논의체를 구성하여 국민들의 뜻을 수용해야 된다. 앞에서 언급한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이 이러한 사회적 합의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와 유사한 건강보험 제도를 가지고 있는 대만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2013년 소득중심으로 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하여 국민적 수용성을 높인 바 있다.
더불어 공단은 자격, 부과, 징수관리 강화로 수입확충과 부과 누락을 방지하고 건강위해요인 부담금(예시:담배에 있는 건강증진기금) 확충과 안정적 국고지원 확보방안(2016년에 국고지원이 만료됨)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등 재정누수를 막고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는 담배나 비만 등을 관리하는 것도 그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범국가적으로는 예방위주의 건강증진 활동을 펼치는 것이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건강보험 재정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극복해야할 과제로는 피부양자 제도를 들 수 있겠다. 피부양자는 2014년 6월 말 2천54만5천여명으로(현재 10명중 4명) 2003년의 1천602만9천여명에서 28.2% 늘었다. 피부양자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점점 늘고 있는 추세로 현재 체계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건보 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언급한 대만의 경우에는 피부양자 제도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피부양자들도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데, 피부양자는 최대 3명까지 적용하고, 평균 피부양자는 0.7명이라고 한다. 대만의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여 납부능력이 있는 피부양자들에게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앞으로는 노인 의료비 증가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은 적자로 돌아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국민건강이라는 사회안전망이 붕괴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입자, 공급자, 보험자, 정부 등 운영주체가 함께 논의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성 및 건전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부과체계개선기획단’ 같은 사회적 합의체는 해체되어서는 안 되고 앞으로 더 넓은 영역으로 계속 확대되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