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농협은 지금껏 37명의 지역본부장을 거치면서 온갖 불법행위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직원비리, 불법대출, 자금횡령 등이 반복적으로 잇따르면서 불법의 온상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이같은 배경에는 역대 본부장에 대해 제대로된 평가와 재해석이 없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불법과 비리로 얼룩진 경기농협의 현실은 과거 치적 위주의 형식적 평가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이에 본보는 앞으로 3회에 걸쳐 최근 10여년 사이 경기농협을 거쳐간 김준호·정연호·조재록 전 본부장의 공과(功過)를 차례로 살펴본다.
집중점검 / 경기농협 역대 본부장 功過?
① 김준호 (2008년 12월∼2010년 12월 재임)
김준호 전 본부장은 지난 2008년 12월 22일 제34대 경기농협 본부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조직혁신과 농가소득 증대 등 당면과제 해결을 위해 변화와 개혁을 핵심가치로 내세웠다. 시장지향적 조직문화과 성과주의를 통해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고 사업의 능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우선 조직혁신의 일환으로 영업점장에 개방형 인사시스템을 도입해 지점장 공모제를 실시했다.
본부장이 1·2급 직원을 임명하는 것이 아닌 1~4급 직원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인적 쇄신을 위해 능력과 성과 위주로 인재를 채용하는 제도의 기본취지는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1·2급 위주의 영업점장 선발은 기존 직급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제도적 한계를 드러냈다.
이때문에 당초 의도한 인사혁신보다 제도도입에 의미를 둔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S농협의 한 관계자는 “당시 젊은 직원들에게 보직기회를 넓혀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영업점장 내정설이 나돈 시점에서 하위직급에겐 그림의 떡이었다”며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목적이라면 선발과정까지도 낱낱히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추진된 ‘웰빙떡 클러스터’ 사업도 김 전 본부장의 실책으로 꼽힌다.
그의 취임 전인 2008년 초 시작된 이 사업은 연간 10억여원의 손실로 전망은 꽤 어두웠다.
재임시절 사업장 매각, 공장폐쇄 등 극단적 선택도 요구됐지만, 이후 적절한 조치는 없었다. 김 전 본부장이 직접 추진한 사업은 아니지만 책임론에서 자유롭게 비켜갈 수 없는 이유다.
현재 떡 공장은 매년 도비 4억~5억원을 받고도 연간 9억~10억원의 손실을 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해는 19억2천여만원의 적자로 조합원 1천889명에게 배당금을 주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다.
이제 와서 폐업하려 해도 시설비(50억원)와 보조금 전액이 도에 환수되기 때문에 쉽게 문을 닫을 수도 없다.
결국 농협이 무분별한 사업확장에 따른 피해와 책임을 애꿎은 조합원들에게만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김 전 본부장은 도내 농·축산물 판로확대를 위해 특작물연합사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수의 작물조합들이 함께 통합브랜드를 개발하고, 마케팅에도 공동전선을 펴 나가는 형태다.
도내 4개 인삼조합이 ‘경기고려인삼’ 브랜드로 뭉쳐 신상품을 개발하고 국내외 시장개척에 협력했다.
그 결과 농·축산물 판매도 2009년 2조8천억원, 2010년 3천억원, 2011년 3천100억원 등 꾸준히 늘었다.
/윤현민기자 hmyun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