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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3월에 피는 꽃

 

‘축하합니다.’, ‘입학을 축하합니다.’

동네 초등학교 입학식 날의 모습이다.

꽃다발까지 준비하고 아이와 더불어 종종걸음으로 입학식장을 향하는 엄마, 아빠들 사이로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손에는 저마다 입학 선물을 하나씩 준비하고 그 선물에 덤으로 내미는 학원 홍보지가 들려 있었다. 양 손 가득 갖가지 홍보지를 들고 입학식장으로 향하는 아이들이 고민하며 찾아야 할 학원은 또 몇 군데나 될지. 가녀린 어깨가 묵직해 보였다. 해마다 입학하는 아이들은 더 똑똑해지고 다녀야 할 학원은 더 다양해지는 현상. 글씨를 모르고 입학을 해도 하나도 흉이 되지 않던 옛날 초등학교 입학식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저마다 콧물을 닦으려고 준비한 흰 손수건을 가슴에 매달고 쭈뼛쭈뼛 마주했던 그 옛날 국민학교 입학식 날. 어머니 치마폭에 숨어 하늘에서만 왕왕거리는 교장선생님의 축하인사를 수줍은 마음으로 들어야 했다. 유난히 콧물이 많아 4월이 되어서야 흰 손수건 뗄 수 있었던 내 짝꿍 무환이가 한달 째 자기 이름 쓰는 연습만 한다고 놀리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물론 학원을 거친 아이도 앞으로 다닐 아이도 없다. 학원도 공부방도 모르고 영어를 몰라도 하나 이상할 게 없고 구슬치기, 비석치기, 딱지치기, 땅따먹기 등 바깥 놀이하느라 학교 운동장 구석구석을 더 잘 알았던 아이들이었지만 유난히 몸과 가슴은 참 건강했다. 풋풋한 자연과 어우러져 여럿이 섞여 키운 그들만의 정서로 인해.

많이 배워 똑똑해지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출산율이 낮아 한 두 명의 자녀들을 마치 소 황제처럼 키우고픈 부모들의 마음. 폭풍과도 같이 몰아치는 경쟁 속으로 내 놓아야 할 내 아이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더 많이 가르치고 배우게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자칫 질그릇이 채 마르기도 전에 서둘러 물을 저장하려다 낭패를 보는 것처럼 지나친 욕심에 아이들이 견뎌내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아직은 여린, 세상을 향해 막 첫발을 내딛는 입학생들이니 머리가 똑똑해지는 것 보다 가슴이 더 똑똑해지는 걸 배워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 맺기가 우선되고 배려할 줄 아는 여유로움이 바탕이 되어 마음이 단단하게 영글었을 때 담겨지는 지식이야말로 비로소 오래도록 그 아이와 함께 갈 튼튼한 거름, 진정한 보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운동장 가득 활짝 피운 입학생들의 가슴마다 풋풋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할 각자 다른 꿈. 그 순수하고 어린 꽃들의 꿈들이야말로 꽃 중에 꽃이 아닐까 한다. 그 아이들의 설렘과 호기심이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마치 막 터뜨리기 시작하는 꽃망울처럼 꿈을 머금고 있다. 저마다 색깔이 다른 그 꿈들이 세상 속에서 활짝 피어오를 수 있도록 어른들의 여유로운 기다림이 간절히 필요해지는 순간이다.





▲에세이 문예 등단 ▲한국 에세이 작가연대 회원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원 ▲평택문협 회원 ▲독서토론논술 문화원 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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