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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풀어본 무예]체력도 실력이다

 

인간은 자기 몸의 역사를 한 마디로 압축해서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이라고 표현한다. 세상 만물을 비롯해서 모든 생명체가 시작과 끝이 있듯이 인간 또한 그 흐름을 벗어 날 수 없기에 태어나서 죽음의 과정까지 늙고 병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 것이다. 다만 인간은 생의 과정 중 질병없이 좀 더 건강하고 천천히 늙어 갈 것을 갈망하는 것이다. 그런데 질병과 늙음은 늘 함께 따라 다닌다. 아무리 젊다고 하더라도 깊은 병을 앓고 있다면 다른 사람보다 더 늙어 버린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늙었다 할지라도 건강한 신체능력을 유지하면서 젊은 사람들 보다 더 정열적으로 사는 사람들도 많다. 여기에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까지 더해진다면 그 사람은 결코 늙은 것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늙음과 병듦의 핵심에는 체력이 자리잡고 있다. 만약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세상 모든 질병에 노출되어 더 빨리 늙어 버릴 것이다. 반대로 체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면 왠만한 질병은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세상 어느 것보다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질병이 우리 몸에 침입을 하면 조화로움을 해치기에 자동적으로 그 질병을 이겨내기 위해 전사적으로 방어태세를 취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체력이다. 겨울철 자주 걸리는 감기의 경우도 체력이 충분하다면 쉽게 들어오지도 못할뿐더러, 설상 감기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 왔다 할지라도 특별한 약이나 병원 진료 없이도 면역기능 즉 체력으로 물리칠 수 있는 것이다.

무예는 인간의 체력을 증진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굳이 누군가의 목숨을 탐하기 위하여 신체를 무기처럼 갈고 닦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 에너지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최고의 목표로 볼 수 있다. 그 수련의 과정에서 얻는 살생에 대한 기술과 능력은 부차적인 것이다. 고대에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체력이었다. 칼 한 자루, 창 한 자루를 들 수 있는 체력이 없다면 그 전쟁터를 살아서 나가긴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전통시대에도 군사들이 무기를 익히는 무예를 연마하기에 앞서 오래 달리기나 담장 넘기와 같은 기초체력을 검정하는 것으로 통과의례를 삼기도 하였다. 현대에도 아무리 기계화와 전산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역시 그 시작과 끝은 인간의 손 즉, 체력이 받쳐줘야만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한 것이다.

비단 체력은 무예뿐만 아니라 공부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속된 말로 공부는 ‘엉덩이 힘’으로 한다고들 말한다. 자리에 책을 붙들고 앉아 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파고들 정도는 되어야 공부의 기본을 잡는 것이다. 그 속에서 항심(恒心)을 만드는 것이다. 〈논어(論語)〉의 子張篇(자장편)을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날마다 자기가 몰랐던 바를 알며日知其所亡(일지기소망), 달마다 잘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月無忘其所能(월무망기소능), 학문을 좋아한다고 일컫을 만하다 可謂好學也已矣(가위호학야이의).’ 이 문장에서도 핵심은 늘 항심을 가지고 마음의 공을 쌓듯 공부하는 것이 학문을 즐기는 기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학문을 즐기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체력이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책을 좋아 하고 싶어도 눈이 아프고, 허리가 아파 학문에 정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인생사 모든 것이 체력이다. 아무리 부귀와 명예를 하늘 높이 쌓아 올렸다 하더라도 자신의 체력을 잃고 건강을 놓치면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또한 모든 것을 잃었을지라도 체력이 있다면 다시 재기할 힘이 남아 있는 것이다. 체력이 없으면 병이 들어 올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몇 배는 더 늙어 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며 최상의 신체 상태를 만드는 것도 몸 공부의 일종이며 그것이 실력이기도 하다. 쉼 없이 자신의 몸과 대화를 하며 조화로운 체력을 관리하는 것을 항상 마음에 새겨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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