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연말정산 파동을 보면서 세금이란 것이 정치적으로 민감하며 여간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된 것 같다. 전체 세수가 늘지 않는 세제 개편의 경우라도 일부 더 부담하게 되는 계층이 있다면 그들의 목소리는 요란한 반면 세금이 줄어드는 계층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대부분 무관심하다.
이번 연말정산부터 자녀·의료비·교육비·연금보험 등의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어 연봉 7천만원 초과 고소득층은 세금 부담이 늘었지만, 전체 근로자의 90%에 해당하는 연봉 7천만원 이하 소득자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세금부담이 줄게 되며, 특히 연봉 4천만원 미만 가구는 자녀 1인당 30~50만원을 자녀장려세제로 지원받게 되어 이전보다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된다. 2013년 말 소득공제 제도 개편 때 패키지로 도입되어 모든 계층에 연 300~400만원 수준의 보육료 지원, 집에서 돌볼 경우 양육수당 연 120~240만원이 제공되는 무상보육지원을 감안하면 개인차가 있겠지만 고소득층의 추가 부담도 상당부분 경감되는 것이다.
연말정산 개편이 전체적으로는 증세가 아닌데도 소득 상위계층 근로자와 언론이 세금폭탄으로 비난하면서 우리사회 전체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것이다. 공제제도의 형평성 개선을 위해 합리적으로 개선 한 것인데도 이에 대한 평가는 없고 정부가 잘못한 것으로만 매도 되었다.
우리나라 조세제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과거에 비해 점점 어려워 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의 심화는 성장률을 둔화시키고 세수의 감소를 가져오는 반면 복지지출을 늘리게 되고, 세계화·정보화의 진전은 소득분배를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국가가 법인세율을 낮추어 외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우리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안정적 세수 확보, 성장잠재력 확충,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 경제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조세제도를 상황에 맞게 변화시켜 나가는 일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선적으로 사업자 및 봉급생활자의 40%가 소득세를 내지 않는 상황을 개선하여 과세기반을 넓히는 한편, 효용이 떨어지는 비과세 감면제도를 과감히 줄이며 부가가치세 면세제도중에서도 불요불급한 부분은 정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조세제도의 형평성과 효율성을 위한 노력도 증세 논란에 휩싸이거나, 이해집단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이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치밀한 논리를 준비함과 아울러, 국민과 이해집단에 대한 사전적 설득 노력이 중요하다. 개편의 당위성, 긍정적 효과, 전체적 부담의 공평성 등이 소상하게 설명되어져야 하고 더 많이 부담하는 계층에 대해서는 공동체 차원의 인정이 따라야 할 것이다.
낮은 세율, 넓은 세원 원칙에 따라 공평하게 과세가 이루어지는 조세 제도를 만드는 한편, 성실·고액납세자가 사회적으로 존경 받고, 가급적 많은 국민이 적은 세금이라도 부담하는 선진형 납세문화 정착이 소망스런 방향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