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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근칼럼]법, 나와 무슨 상관있나?

 

20년 전 수원법원에 참 똑똑하게 보이는 여자 판사가 근무하고 있었다. 요즘은 신규 임용되는 판사사의 절반가량이 여성이지만 그때만 해도 한 해에 1~2명 정도 언론에 상세한 신상정보가 보도되면서 전국에 이름이 알려졌었다. 그녀의 이름이 수년간 여의도 정가에 회자되다가 지난 2월 국회의원들 사이에 격론을 벌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법률이 제정되었다. 알아듣기 쉬운 표현으로 김영란법이라 불리고 있는데 미쳐 시행되기도 전에 헌법위반이라는 시비에 휘말리면서 몇 가지 손질을 해야 한다는 자체적인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언론인이나 선생님들이 일정 금액 이상의 밥을 접대 받으면 처벌되고 공직자의 배우자를 통해 누군가 로비를 하였다면 그 공직자는 자신의 배우자를 신고해야만 한다.

국회의원들이 언론에 대해 과단성 있는 입법을 했다. 역사적인 법안이라는 평가도 있다. 내가 자유직업인이고 접대할 일이 없다면 이 김영란법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을까?

같은 시기에 간통죄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경찰이 남녀의 밀폐된 공간에 강제로 진입할 일은 없어졌지만 이제까지 법에 따라 국가에서 강제되던 부부 사이의 윤리 문제가 가정문제로 축소되니 뭔가는 허전하고 허무하다. 그동안 경찰이나 법정 출석으로 고통받은 당사자들은 드러내 놓고 나는 무죄라고 외쳐야 할지. 경찰 수사를 통한 간통 사건은 증발되었으니 이제 연예부 기자들은 기혼인 유명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대해 거의 취재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혹시 그대가 간통죄 폐지로 마음으로나마 약간의 해방감을 느낀다면 이러한 법은 나와 약간의 상관이 있다고 고백해야 한다.

어느 누구를 몇 대 때리지 않고는 병에 걸릴 것 같다며 그러할 경우 그 대가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되고 손해배상 금액은 얼마인지 물어온 선배가 있었다. 대략 벌금이 얼마 정도이고 치료비와 위자료로 100만 원 정도면 손해배상으로 충분할 거라는 대답을 해 주었는데 얼마 후 아주 환한 후련한 표정의 그를 보게 되었다. 손해배상 재판에서 실제 피해자 측이 지출한 영수증 비용에 대해서만 배상하라는 판결을 선고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유혹을 받을 수도 있다. 산업현장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수십억 원의 안전시설은 하지 않고 만약의 사고 발생 시 치료비와 입원기간 동안의 일당 정도 금액만 물어주고 말리라…

대기업 총수는 권투 하듯 때리고 싶은 사람을 때리고 항공사 임원은 고객이 보건 말건 직원을 상대로 아무리 행패를 부린다 해도 용돈조차 안되는 돈으로 가볍게 뒤처리하면 된다. 위로금으로 1억 원이 공탁되어 있음에도 응어리를 풀 수 없어 저 멀리 미국 법정에 손해배상청구사건을 접수한 항공사 승무원에 대해 치료비가 얼마 들었냐, 몇 달치 봉급을 받으면 합의해 주겠냐고 다그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손해배상 법체계가 피해 견적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가해자 측으로 하여금 법을 무시하고 법에 도전하게 만들고 있다. 수년간 고생 끝에 신기술의 첨단 제품을 발명했는데 이를 무단복제하여 짝퉁을 만들어 유통한 사이비 사업가에게 판매한 짝퉁 제품 가격만큼 만의 손해배상을 물리게 한다면 누가 비용과 노력을 기울여 기술을 발전시킬 것인가? 적어도 그 신제품 개발비용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준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그 바탕에 고유한 전통문화와 윤리의식이 위치하고 있지만 법이라는 강제규범을 통해 실천력을 발휘한다. 법이 올바르게 세워져 있지 않으면 우리가 학교 시절부터 배워 온 가치질서가 무너지게 되고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조상이 된다.

이젠 어디를 가든 내 얼굴이, 내 차량이 각종 카메라 렌즈에 노출되어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정부와 국회, 지자체에서 속전속결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법률, 조례는 우리 생활 깊숙한 곳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 또한 법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들 앞에 군림하고 있다. 콩나물 값 얼마인지 확인하는 수준은 아니라 할지라도 나를 에워싸고 있는 법률 제도가 적정한 수준이고 고개 끄덕이며 수긍할 내용인지 따져가며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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