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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죽도시장 비린내

죽도시장 비린내

/문인수



이곳은 참 복잡하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물씬, 낯설다.



포항 죽도공동어시장 고기들은 살았거나 죽었거나

아직 싱싱하다.

붉은 고무 다라이에 들어 우왕좌왕 설치는 놈들은

활어라 부르고,

좌판 위에 차곡차곡 진열된 놈들은 생선이라 부르고……



죽도시장엔 사람 반, 고기 반으로 붐빈다.

‘어류’와 ‘인류’가 한테 몰려 쉴 새 없이

소란소란 바쁜데,

후각을 자극하는 이 파장이 참 좋다.



사람들도 그 누구나 죽은 이들을 닮았으리.



아무튼 나는 죽도시장에만 오면 마음이 놓인다.

이것저것 속상할 틈도 없이 나도 금세 왁자지껄 섞인다.



여긴 비린내 아닌 시간이 없어.



그것이 참 깨끗하다.



-문인수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 창비시선 2015. 3.

 

 

 

누구에게나 죽음은 삶의 연속이다. 그래서 사람들도 죽은 이들을 닮았다고 시인은 짚어보는 것이다. 아직은 살아서 펄떡펄떡 온 몸으로 생을 뒤 흔드는 활어와 이미 죽었으나 살아있는 듯 생생한 물고기들이 좌판에 누워있는 공간, 어류와 인류들이 소란을 일으키는 어시장의 비린내가 코끝에 물큰 살아난다. 비린내 아닌 시간이 없다고 살아내는 삶을 시인은 말한다. 속상할 틈도 없이 금세 사람들 소란함 속, 살아내느라 풍기는 비린내 속으로 섞여드는 모습이 순정하다. 창가에 서있는 목련이 하얗게 터졌다. 아기입술처럼 쫑긋거리던 진달래도 숨바꼭질 술래가 숨박질해서 찾아내듯 부끄럽게 조금씩 피고 있는 봄이다. 어디든 달려가 보자. 이 비릿한 봄날에.

/이명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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