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바 ‘성완종 리스트’가 우리나라를 흔들고 있다. 그가 남긴 명단에는 김기춘 홍문종 홍준표 등 현 정권 실세 8명의 이름과 건넨 돈이 적혀있다. 이어서 공개된 성완종-경향신문의 통화내용에는 현 이완구 국무총리도 3천만원을 받았다고 해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국민여론이 얼마나 악화됐으면 같은 편인 새누리당조차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총리에 대한 조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을까. 불과 두세달 전 이완구씨를 총리자리에 앉히기 위해 노력하던 새누리당이었다.
새누리당은 지난 14일 김무성 대표 주재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최고위원들은 이날 이 총리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 후 “국무총리 본인도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고 한 만큼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총리부터 수사할 것을 검찰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유승민 원내 대표는 야당이 특검을 요구한다면 언제든지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당사자인 이 총리는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 전 회장과의 돈거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돈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물러나겠다는 말도 했다. 이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성 전 회장이 다녀간 것은 기억 못한다. 한 분이 근거 없이 말한 건데 막중한 자리를 사퇴할 수 없다. 총리부터 수사를 받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여기에 더해 “고인(성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어떤 증거라도 나온다면 목숨을 내놓겠다”라는 말까지 했다. 목숨까지 내 건 강한 부인이라지만 이 말을 들은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말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이 나라의 총리로서 목숨을 운운하자 생명을 너무 가볍게 여긴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어쨌거나 이 총리가 목숨까지 걸면서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벌어지는 상황은 결코 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지 않다.
경향신문은 성완종 전 회장이 2013년 4·24 재선거 전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비타500 박스’에 돈을 담아 전달한 정황을 보도했다. 4월4일 1시간 넘게 칸막이 안에서 이 총리를 만났고, 홍모 도의원 등과도 현장에서 인사를 나눴다, 여직원 둘이 있었다.
비타500 박스를 테이블에 놓고 나왔다는 등 구체적인 성 전회장 측 인사의 증언을 소개했다. 성 전회장의 일정표에도 이 총리와 2013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23차례나 만났다고 기록돼 있다.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기대한다. 지금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