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내리고
/하병연
비 내리자 매실나무는 일제히 입 벌린다
벌컥벌컥 물 먹는 소리 내 심장 소리보다 크다
무슨 일로 비는 내려 하늘이 땅으로 내려오는가?
나뭇가지 하나에 수백 개의 입이 젖어 있다
-하병연 시집 〈매화에서 매실로〉에서
땅의 생명들은 하늘의 은혜로 산다. 하늘이 땅의 존재를 알리는 없겠으나 하늘의 조화가 없이는 땅의 생명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하늘의 섭리까지는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하늘의 존재에 대한 감사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이 자연의 순박한 이치이고 우주의 단순한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굳이 어려운 이치를 깨달으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살기 위해 입 벌리는 땅의 존재와 그들을 향해 어김없이 비를 내려주는 하늘의 사랑이 거대한 우주를 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