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바 ‘성완종 리스트’에 국회와 정치가 올스톱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어차피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기다려야 하는 마당이지만 온 국민의 눈은 여기에 쏠려 있다. 국정을 막힘없이 수행하겠다고 하지만 이완구 총리는 총리대로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힘을 잃어버렸다. 야당은 또 총리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내놓겠다고 정치공세를 계속 하고 있다. 어차피 ‘식물총리’가 된 마당에 그만두고 수사를 받으라는 얘기다. 가뜩이나 대통령이 부재 중인데 국정마저 올스톱 위기에 몰려서는 안 된다. 경제는 경제대로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4·29 재보선은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관심 밖이다. 여야가 서로 ‘성완종 파문’의 손익계산서를 따지느라 골몰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가울 뿐이다. 성남중원 관악을 인천서구강화을 등 3곳의 선거구 모두 여야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부동층 유권자들의 표심은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향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보선 자체가 오리무중이 될 공산이 크다.
국회는 각 상임위원회 별로 법안심의에 들어갔다. 산적한 민생법안처리보다는 오히려 ‘성완종 파문’과 재보선에 쏠린다. 야당은 ‘비리 게이트’ 공세에 총력전을 벌일 태세다.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영유아보육법 등 민생 현안처리가 더 시급한데도 말이다. 박대통령이 출국에 앞서 이에 대한 처리를 신신 당부했음에도 정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가뜩이나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으로 수사를 확대해 점입가경이다. 성 전 회장이 관계와 금융계에 로비를 벌인 정황이 감지되고 있는 모양이다. 리스트에 오른 대상자들에 대해서도 금품수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성 회장의 측근들을 소환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회는 할 일을 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4월 국회가 빈 손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여야가 민생법안 처리를 다짐한 대로 법안처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4월 국회를 정치공방의 장으로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 나라 안팎과 정국이 혼란한데도 불구하고 여야가 자신들의 입지강화만을 생각해 정쟁을 벌이는 모습은 자제해야 한다. 양측이 합의한 민생법안 우선처리 약속을 이행해 책임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임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