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측은 원고인 학생들에게 30만원에서 90만원씩 지급하라.”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가 내린 판결이다. 이는 채모씨 등 수원대 학생 50명이 학교법인과 최모 법인 이사장·이 모 총장 등 수원대 측을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이었다. 원고 일부 승소다. 수원대의 전임교원 확보율과 등록금 환원율이 2013년부터 대학평가 기준을 충족한 점을 들어 2013년 이후 입학한 원고 6명의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44명에 대한 총 반환금액은 2천640만원이다. 금액으로 치면 얼마 안 되지만 곳간에 돈만 쌓아 놓고 교육 환경 개선을 게을리 한 대학은 학생에게 등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최초의 법원 판결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
재판부는 학교 측의 사립학교법 위반을 적용했다. 적립금과 이월금을 부당하게 운용하면서 실험·실습 등 교육기자재와 시설 등에 있어서는 등록금을 받은 것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질 낮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즉, 부적절한 회계 집행으로 교비회계가 잠식되면서 각종 교육환경이 학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시한 첫 사례다. 최근 5년간 사립대학 적립금이 2조원이 넘는다. 학생들의 주장대로라면 수원대는 전국 사립대 중 4번째로 많은 4천여 억 원의 적립금 및 이월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때문에 이와같이 운영 부실이 지적된 전국의 대학들은 줄소송에 시달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수원대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딸 교수 채용문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학교와 총장 비리의혹을 폭로한 교수 4명을 파면하는 등 내홍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교육부 감사에서는 해당 연도에 착공할 수 없는 건물의 공사비를 예산에 넣어 이월금을 부풀린 사실이 적발됐다. 총장과 이사장의 출장비 부당 지급과 교비회계 전용 등 총 33개 부문에서도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대학들은 이번 판결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그리하여 용도 불명의 적립금을 등록금인하나 교육환경개선 투자에 활용해야 한다.
비싼 등록금을 받으면서 교육투자에 인색한 대학이 어디 수원대뿐이겠는가. 그러면서도 재정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호시탐탐 등록금 인상의 기회만을 엿보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적립금과 관련한 사립대의 위법을 전방위적으로 감사해야 한다. 안 되면 검찰이라도 나서 대학들의 적립금을 둘러싼 부당행위를 뿌리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