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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 칼럼]당신은 행복하십니까?

 

국민 100명 중 무려 97명이 ‘나는 행복하다’고 답하는 나라 부탄. 은둔의 왕국이라 불리는 작은 빈국이지만 항상 나라별 행복지수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간혹 유럽의 부국 스위스와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지만 국민의 행복 만족도라는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부탄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부탄 국민들은 스위스 국민들처럼 좀 더 나은 것을 바라는 희망척도가 작아서라고 한다. 국토의 70%는 험준한 산악지대며, 국민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고, 대가족이 자급자족하며 살아가지만, 현실에 만족하고 현실에서 행복을 찾는 진정한 행복을 누릴 줄 알아서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반면 스위스는 안 그렇다는 것이다. 수년 전 일이지만 스위스 국제방송은 자국 국민을 상대로 ‘스위스에서 사는 것에 만족하는가’라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응답자의 40% 정도가 “다른 나라로 이민 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국민소득이 8만 달러가 넘고, 아름다운 국토가 있으며, 먹고살 걱정이 없는데도 이민을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땅이 좁고, 기후가 너무 춥고, 바다가 없다’는 것이었다. 과연 어디까지가 행복의 조건인지 고민하게 하는 얘기들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작은 나라 부탄이 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됐을까. 전문가들은 최고 지도자의 국민을 위한 결단과 통치이념 등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국민을 위한 결단 중 하나가 현 국왕의 조부인 3대 국왕이 농노(農奴)를 해방시키고 귀족과 국왕 소유의 땅을 분배해 준 것이다. 이 때문에 농경국가인 부탄은 국민들의 생활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부탄은 가난하지만 기아와 거지가 없는 나라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행복해질 수 없다. 이보다는 더 큰 의미의 이유가 있다. 국왕이 국민들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경제성장이 아니라 행복에 둔다는 통치 이념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통치이념을 수행하는 곳이 다름 아닌 ‘국민총행복위원회’라는 기구다. 현재 국가의 모든 정책은 이 기구를 통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국가의 정책이 국민들의 행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따져서 국민행복을 증진시키는 경우에만 통과시킨다.

국민들의 행복 만족도를 높이는 데는 부탄 헌법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국가는 국민행복 정책을 추진하는 여건을 마련하고, 모든 개발행위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행복에 있다’고 명문화하고 있어서다. 국가의 모든 정책을 국민 행복에 맞추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이처럼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의식주는 물론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까지 고려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도록 국가가 보장하고 있으니 나라를 사랑하면서 행복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며칠 전 유엔이 발표한 ‘2015년 세계 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이 세계 158개 나라 중 47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것은 그야말로 수치일 뿐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바닥권이다. 한 달여 전인 3월20일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조사한 결과에서도 143개국 중 118위였으니 말이다. 국내총생산(GDP)과 건강수명, 부패, 자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유엔 행복지수에 비해 다분히 주관적인 갤럽 조사에서 한국인들의 행복감은 그야말로 비참함 그 자체다. 더욱이 GDP 기준으로 세계 15위권이라는 우리나라가 소득이 높아지는 것과 정비례해 행복감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을 증명하고 있는 꼴이니 창피하기까지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집권 3년차가 지난 지금 사회 곳곳을 짚어 보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행복시대를 연 것이 없다. 정치는 혼란스럽고, 빈부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경제 또한 갈수록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 남북문제 등 외교관계도 당장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행복은 고사하고 생계 때문에 목숨까지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게 일어나고 있다. 암울한 시대, 당신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뭐라 답하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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