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오는 회춘의 명약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원래 이름은 야교등이었다. 그러나 하(何)씨 성을 가진 사람이 먹기 시작하면서 그 효능이 널리 알려졌다고 해서 하수오(何首烏)라 부른다. 이름을 ‘수오’라 쓰는 것은 하씨가 먹고 머리가 까마귀처럼 검고 풍성해졌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예부터 탈모와 흰머리에 좋은 약재로 알려진 하수오는 중국에서는 인삼, 구기자와 더불어 3대 명약으로 불린다.
동의보감에는 이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옛날 중국에 하전아(何田兒)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본래 몸이 약해 60이 다 될 때까지 장가를 가지 못했다. 하루는 술에 취해서 밭에 누워 있는데, 한 덩굴에서 난 두 줄기의 싹과 잔가지들이 3∼4번 서로 감겼다 풀렸다 하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 뿌리를 캐서 볕에 말린 후 짓찧어 가루를 내어 술에 타 7일 동안 먹었더니 사람의 도리가 생각났고, 백일을 복용하고 나서는 오래된 병들이 다 나았다고 한다. 그리고 십 년 후에는 여러 명의 아들을 낳았고, 130살까지 살았다는 얘기다.
예부터 하수오는 이처럼 자양·강장·보혈 기능이 있어 허약체질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면역력 강화 기능도 있어 갱년기 여성에 좋다고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야생 하수오가 거의 없다. 때문에 조선시대부터 하수오 대신 은조롱의 뿌리, 즉 백하수오, 백수오를 대체 약재로 썼다. 현대에 와서도 이 또한 효능에 대해 입소문이 나면서 수요량이 많아지자 농가에서 대량 재배하기 시작했다. 수요가 늘어난 것은 백수오로 만든 건강기능식품이 시장에 우후죽순처럼 쏟아졌고 인기도 폭발적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런 건강식품이 식약처의 된서리를 맞았다. 생김새가 비슷하고 값이 3분의 1에 불과한 중국산 ‘이엽우피소’를 백수오와 섞어판 건강기능식품 회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것이다. 그중엔 코스닥 대표기업도 포함됐다. 곧바로 백수오 제품시장이 “멘붕”에 빠지는 등 피해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재배농가 또한 타격을 입고 충격과 허탈감에 빠졌다고 한다. 얄팍한 상혼에 피해를 본 농가들, 속이 얼마나 탈까.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