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다. 문화원 앞마당 공원과 철망산에는 온갖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철쭉과 영산홍을 비롯한 온갖 봄꽃들이 화려한 색깔을 자랑하고, 라일락은 알싸한 향기를 사방으로 내뿜는다. 꽃잎을 감싸고 있던 연한 초록의 잎들은 씩씩한 진한 녹색으로 서서히 물들인다. 곱게 화장을 한 여인처럼 화사한 기운과 기분 좋은 내음이 5월을 감싸 안는다. 5월은 싱그러움과 젊음의 기운으로 청춘의 계절이라고 불린다. 5월에는 꽃과 벌들이 꽃을 찾아들 듯이 청춘들의 사랑이 시작되고, 그들의 활기찬 웃음소리가 거리를 가득 메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역과 문화원 그 어디에도 청춘들, 곧 청년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청년들의 볼모지역인 것이다.
광명에는 대학교가 없고 베드타운이다 보니 마땅히 청년들이 모여서 즐기고 놀만한 문화공간이 충분히 존재하지 않는다. 문화원을 비롯한 지역 기관들의 프로그램들은 거의 대부분이 어린이, 주부, 어르신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나 지역문화의 디딤돌이라고 하는 문화원의 경우 특성상 고리타분하고 나이 많은 어르신들의 사랑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렇다보니 청년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광명과 문화원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서울로 자신들의 활동 무대를 찾아 떠난다. 문화원에서 청년은 잃어버린 퍼즐 조각이다.
청년들은 풋내가 나지만 열정이 있다. 세상에 대한 알 수 없는 이유로 분노하기도 하지만 사랑하며 열정을 쏟아 붓는다. 기존 질서에 미세한 균열을 내고 발전을 시키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어느 조직이나 사회에 청년이 없다는 것은 커다란 손실이다. 활력을 잃어버리고 정체되기 쉽기 때문이다.
광명은 위성도시, 베드타운이라는 도시 특성 상 청년의 불모지역이라고 하지만 광명에도 다양한 청년 활동가들이 존재한다. 마치 잎사귀들이 무성한 나무에 숨어있는 개미들처럼 미미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많은 청년들이 다양한 기관과 시민단체에서 광명에서 삶을 이어가고 광명에서 그들의 역할과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한다.
몇몇의 청년들은 ‘언니에게 한 수 배우다’나 ‘밝은 광명청년회’ 같은 모임이나 조직을 만들어 그들의 목소리를 지역사회에 쏟아 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지역의 청년 활동가들과 단체들이 파편화 되고, 개별화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는 미미하고 모습이 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광명문화원에서는 지역의 20대 활동가들을 모아 놓고 간담회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들은 문화원이 20대를 담지 못하는 이유가 ▲청년들이 주체가 될 수 있는 네트워크 부재 ▲청년들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는 하향적인 일의 구조 ▲보조금 단체의 보수적인 성향 등을 꼽았다.
또한 그들은 청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 때 수동적 참여 프로그램의 커리큘럼 뼈대만 세우지 말고 청년층의 문제를 지역사회와 함께 성찰하고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청년들을 문화원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참여의 장을 마련하고, 연계와 소통이 가능한 네트워크 구조를 통해 지역으로 나올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줘야 하다는 것이다.
작년부터 광명문화원은 광명학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시민들의 호응이 컸고, 지역의 언론들이 주목했고, 10대 광명뉴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부터 문화원은 광명학을 들고 지역의 기관과 단체를 찾아가서 젊은 활동가과 함께 지역에 대한 고민을 하기로 했다. 또한 영화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함께 모여 영화도 보고 토론도 하는 동아리를 조직할 생각이다.
청년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있다. 이 문장은 청년이 바로 서야 지역이 살고 문화원이 산다는 말로 치환해도 어색하지가 않다.
지역이, 문화원이 잃어버린 퍼즐 조각인 청년들을 참여시키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들이 맘껏 뛰어놀고 지역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역과 문화원이 정체되지 않고 5월처럼 푸르름을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