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한번 어버이 가슴에 달아드리는 카네이션. 그 종류도 세월 따라 다르다. 엉성하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색종이 카네이션부터 붉은 조화, 생화 , 꽃바구니 카네이션에 이르기까지. 카네이션과 어버이날의 인연은 미국의 애나 자비스가 1908년 버지니아 그래프톤에서 열린 어머니 추도식에 흰 카네이션 오백 송이를 보낸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어버이날의 유래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사순절의 첫날부터 넷째 주 일요일에 어버이의 영혼에 감사하기 위해 교회를 찾는 영국·그리스의 풍습에서 나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같은 날을 최초로 공식 선포한 나라는 미국이다. 1914년 윌슨 대통령이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선포했기 때문이다.국내에선 56년 어머니날로 제정됐다가 73년 어버이날로 바뀌었다.
이런 특별한날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꽃을 받으며 작년에 하신 거짓말을 또 하신다. '건강하니 걱정하지 말아라’ ‘선물 필요 없다. 너희 살림에 보태라 ‘바쁜데 뭘 왔니’ 등등. 속을 내비치지 않은채 자식들 염려할까봐 뻔한 거짓말을 하시는 것이다. 이렇듯 숨 쉴 힘만 남아 있으면 자식 걱정하는 게 부모인데도 자식들은 잘 모른다. 나이가 많은나 적으나 부모 모시는 자식들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는 그나마 다행이다. 비록 일부 지만 부모를 괄시 하고 심지어 학대 까지 한다. 최근 노인 학대 건수가 5년 전에 비해 48.6%나 급증했다는 수치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어디 그뿐인가. 가해자가 아들, 딸등 절반이상이 자녀들이고 장소도 가정 내에서 발생 한다고 하니 이런 ‘동방무례지국’어디 있나 싶다. 그런데도 신고를 하지 않거나 알려져도 처벌을 원치 않는 게 또한 부모들이다. 누구나 한때 자식이었다가 부모가 되는 순환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가슴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부모 자식 간 인연을 비극으로 끊고 싶지 않다는 눈물겨운 몸부림기도 하고. 거기에 청년백수와 은퇴한 베이비부머자식들로 인해 ‘부모노릇’을 연장 해야 하는 빈곤의 악순환까지 겹쳐 오늘 ‘카네이션 단 가슴’을 더욱 멍들게 하고 있다. 파랗다 못해 시커멓게. /정준성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