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르기
/정중수
네살박이 아들놈은
해를 정 해
달을 정 해
달을 정 달
별을 정 별
나무를 정 나무라 한다
아빠도 정 나무라 한다
아빠도 정씨
형도 정씨
저도 정씨
세상 만물이 정씨 성을 가진 줄 아나보다
애야,
네 눈에 보이는 것 모두
정씨 성을 가졌구나
성을 버리고 그냥 이름만 부르렴
해, 달, 별나무
아빠도 너를 이름만 부르지 않니
시인에게 별이며, 풀이며, 꽃이며, 안개며, 바람이며, 이러한 이름들을 아주 좋아하는 수필가도 있었다. 물론 시인만 부르는 일들도 아니지만 유독 수필가의 시선에서 물, 눈, 흙, 손, 입 등 관조적인 사물체의 시선들만큼 정결하고 우직한 모습들을 기억할 때마다 사람을 다시보게 되고 생각하게 된다. 영화 여친소에서 장혁이 바람을 대면하면서 내 친구들이라고 말한다. 바다를 바다라고 부르는 순간 바다는 헤어짐의 역사로 물결치고, 하늘은 거대한 풍선처럼 파랗게 부풀어 오른다. 시인이 아들에게 준 이 시는 성을 붙여 부르는 상징화 표현이 인상적이다. /박병두 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