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1일~26일 유럽의 새 중심으로 자부하고 있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를 방문했다. 부다페스트에서는 헝가리 한국문화원이 국제교류재단(KF), 헝가리 과학아카데미와 함께 23일 헝가리과학아카데미 내의 야코누비스 홀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제1회 한·헝문화포럼에 참여했고, 비엔나는 귀국길에 들려 오스트리아한인연합회가 설립한 오스트리아 한인문화회관을 방문한 것이다.
한·헝문화포럼은 헝거리와 한국이 1989년 양국 간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래 처음으로 개최한 본격적인 학술-문화 심포지엄이었다. 심포지엄은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한 제1부와 한국과 헝가리의 학술문화교류를 주제로 한 제2부로 나눠 진행됐다. 필자는 제1부 디아스포라 주제 회의에서 ‘코리아타운 축제와 스토리텔링’ 글을 발표했다. 뉴욕과 심양, 오사카 코리아타운에서 개최되고 있는 축제가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주류 사회와 함께 공유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한인을 비롯한 지역민의 스토리를 담은 축제’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학술행사를 마친 후 참가자들은 헝가리 한국문화원 김재환 원장의 안내로 국제교류재단 모스크바 지사 김회길 소장과 함께 헝가리 한국문화원을 방문했다. 2012년 2월 개원한 한국문화원은 헝가리가 중·동부유럽에서 한국문화의 확산, 곧 한류의 중심지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헝가리 한국문화원은 한국정부와 헝가리 진출 한국기업(삼성, 한국타이어 등)이 협력하여 만든 것으로 헝가리를 넘어 중부유럽의 ‘작은 한국’과 다름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에게 감명을 준 것은 한국의 향기가 물씬 나는 아름다운 시설이 아니라 문화원에서 만난 헝가리 사람들이었다. 오는 7월 한국공연을 앞두고 있다는 한국전통무용 동아리와 K-POP 연습에 한창인 젊은이들이었다. 한국의 전통춤사위를 연습하고 있는 무용동아리는 방문객들의 요청에 흔쾌히 한마당을 선보였는데, 단원 중에는 나이 지긋한 50대 중반 여성의 춤사위가 참으로 열정적이었다.
귀국길에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들렸다. 2012년 5월 아름다운 도나우 공원의 옛 호반 레스토랑 건물을 연간 1유로의 사용료만을 내고 사용중인 한인문화회관을 찾았다. 사전에 한국에서 연락한 오스트리아 국제부인협회 정영숙 회장의 안내를 받았다. 기사에서 읽었던 감동이 그대로 전해졌다. 문화재 건물이어서 외관은 고칠 수 없었으나 많은 노력을 들여 1층은 과거처럼 식당(아리랑 레스토랑)과 전시실, 그리고 다양한 집회를 할 수 있는 공간(영산홀)과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 사물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지하층은 유치반부터 중등반 학생들이 한글교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작은 방들로 나눠져 있었는데, 특이할 만한 점은 방마다 학년과 함께 리모델링 사업에 협력한 오스트리아 주재 한국기업들의 명칭이 나란히 쓰였었다. ‘6학년 HYUNDAI’, ‘2학년 KIA’, ‘1학년 AVL’, ‘나래반 LG’식이다.
시설보다도 한인문화회관에서 개최되었고 또 계획중인 각종 한국문화행사였다. 수준 높은 전시회와 음악도시 비엔나답게 다양한 연주회 그리고 K-팝 대회까지. 오스크리아 한인문화회관은 유럽 한류의 전진기지라는 자부심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문화융성을 국정의 3대 기조로 세운 박근혜정부다. 해외에서 한국문화를 알리고 한국을 친구로 만드는 재외 한국문화원의 활동은 참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재외 한국문화원을 마냥 증설해 나가기에는 어려운 나라살림이다. 오스트리아 한인회가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모금해 만든 한인문화회관은 사실상 우리 정부가 세운 한국문화원과 다를 바 없다. 공공외교 사업으로 일부 지원이 되고 있지만, 진행사업과 운영에 보다 과감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중국의 단동, 심양, 하얼빈의 한국(인)문화원들의 활동도 주목해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