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다정한 부부 사이를 일컬어 금슬(琴瑟)이 좋다고 했다. 거문고와 비파 둘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수 있듯이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라 해서 붙여진 표현이다. 당나라 때 시인 백낙천(白樂天)은 장한가(長恨歌)에서 서로 사랑하는 부부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이렇게 노래했다.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하늘에선 원컨대 비익조가 되고요),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길 바라요.)’
비익조는 전설 속의 새이다. 이 새는 눈도 하나요, 날개도 하나뿐이다. 그래서 암수 한 쌍이 합쳐야만 양 옆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날 수도 있다. 또 연리지의 리(理)는 ‘결’이라는 뜻이다. 나뭇결이 연결된 가지를 말한다.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허공에서 만나 한 가지로 합쳐진 나무이다. 부부는 비록 다른 집안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랐지만,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을 이루게 되면 연리지처럼 한 몸을 이루어, 비익조와 같이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 준다는 뜻이다.
지금도 이처럼 서로 의지하고 아끼며 살아가는 부부들이 많다. 하지만 세상엔 다정한 부부들만 있겠는가. 둘이서 하나가 되는 일이 쉽지 않아서다. 그래서 생겨난 신조어들도 있다. ‘가면부부’가 그것이다. 결혼한 배우자 사이가 실제로 원만한 부부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눈을 의식해서 행복한 척 연기하는 부부를 말한다. 이혼이나 별거를 안 하고 부부관계를 지속하면서 일체의 대화 없이 가정을 유지하는 부부를 말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쇼윈도 부부’도 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못하면서도 사회적 지위와 체면 때문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 마치 잉꼬부부인 것처럼 행동하는 부부들을 뜻하는 말이다. 일명 ‘디스플레이 부부’라고도 한다. 이들은 개인적인 대화나 부부관계, 서로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전혀 없는 부부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한 포털 업체가 하루 평균 1시간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부부가 무려 75.6%에 달한다는 통계도 내놨다. 오늘(21일)만이라도 새롭게 곱씹어 봐야 할 내용들이 아닐지.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