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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행사 때 종이 원고를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설할 수 있는 것은 프롬프트라는 투명 모니터 덕분이다. 일명 원고 내용을 ‘커닝’하는 자막기라는 별칭의 이 프롬프트는 TV뉴스 진행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 요즘은 오페라 배우들까지 애용할 정도로 보편화 되어 있다.

공인된(?) 커닝기구 프롬프트(prompt)’는 ‘슬쩍 가르쳐 주다’, ‘생각나게 하다’라는 뜻이다. 프랑스, 독일, 러시아에서는 ‘숨을 불어넣는 사람’이라는 뜻의 ‘수플뢰(souffleur)’라고 부른다. 이탈리아에서는 ‘마에스트로 수게리토레(maestro suggeritore)’라고 한다. ‘힌트를 주는 지휘자’라는 뜻이다.

커닝은 일본식 영어발음 ‘간닝구’에서 유래했다. 본래 시험의 부정행위는 영어로 교활하다는 뜻의 치팅(cheating)이다. 여기엔 커닝뿐 아니라 도박, 게임 등의 속임수까지 포함하고 있다.

시험 있는 곳에 빠지지 않는 게 커닝이다. 결과에 대한 반대급부가 큰 시험일수록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고 성행했다. 특히 과거급제는 곧 인생역전을 가져온다고 해서 수법이 상상을 초월했다.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커닝페이퍼를 몸에 지니고 들어가는 것이다. 붓두껍 속에 깨알 같은 글씨로 쓴 커닝페이퍼를 넣어 가기도 했고, 콧구멍과 입고 있는 옷에다 써서 들어가기도 했다. 심지어는 과장(科場)에 대나무 통을 몰래 묻고 그 속에 커닝페이퍼를 넣어놓기도 했다. 중국엔 도포에 무려 70만자의 깨알만한 글씨를 적은 엽기적 송대 커닝페이퍼나 가로 4.5㎝, 세로 3.8㎝, 두께 0.5㎝에 불과한 책 9권에 10만자를 써넣은 청나라 때 커닝페이퍼가 남아있다.

오늘날엔 커닝이 더 기승이다. 각종 국가시험은 커닝에 대한 관리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으나 학교에서의 일반 시험은 아니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최첨단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아예 시험장 전체 학생과 선생이 담합,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대범함도 보이고 있다. 대학은 특히 더하다. 최근 우리나라 최고 명문이라는 서울대에서조차 연달아 커닝사태가 불거졌으니 말이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엇나간 지성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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