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필 무렵
/신중신
그냥 해본 소린 아니겠지?
그녀 아리송한 입술보다 더 알쏭한 말
기연미연하지만 저 봄날 보라구
은어 떼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온다
휘파람새 재잘거림 귓전을 간지럽힌다
가슴 두근거림과 실날같은 기대 사이
에멜무지로 또 믿어 볼밖에…
산벚나무 사잇길 봄빛 비껴
기다리는 마음에
팔랑개비가 돈다 돈다
- 신중신 시집 〈상현달〉에서
평생 어김없이 왔다 가는 봄이지만 봄만 되면 우리는 알게모르게 신기한 현상에 빠진다. 이유 없이 가슴이 뛰기 마련이고, 무슨 일이든 이루어질 것만 같은 감동에 빠지기도 한다. 이성의 눈짓 한 번에도 가슴이 쿵쾅거리고, 실없는 말 한마디에도 목숨이라도 걸 듯한 믿음을 갖는다. 봄은 생명 에너지가 충만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절망보다는 희망이, 포기보다는 도전이, 이별보다는 만남이 기대되는 계절이다. 그녀의 알쏭달쏭한 말 한마디도 끝까지 믿고 싶은 사랑의 계절이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