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병은 전염성 감염질환이다. 사람이나 동물의 체내에 침입하면 혈액 내의 면역 세포를 망가뜨려 쇼크를 유발하고 사망까지 이르게 한다. 탄저균의 호흡기 감염 시 사망률이 아주 높기 때문에 생물학 테러 무기로도 쓰인다. 실제로 지난 2001년에는 우편물을 이용한 탄저 테러가 발생, 11명의 흡입 탄저환자 중 5명이 사망한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항생제도 치료효과가 없다고 한다. 이처럼 치명적인 탄저균이 지난달 28일 미군에 의해 한국영토에 밀반입됐다. ‘배달사고’라고는 하나 생물학 테러에 사용되는 병원균이 정부와 국민들도 모르게 우리 땅에 들어왔다는 것은 소름끼치는 일이다.
한국국민들의 분노가 확산되자 미 국방부는 ‘탄저균이 실수로 살아 있는 상태에서 배달됐고, 잘못 전달된 탄저균을 적절한 절차에 따라 폐기했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의 불안과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살아있는 탄저균은 평택 소재 오산 미군기지(K-55)로 배달됐다. 따라서 가뜩이나 최근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뒤숭숭한 평택은 물론 인접한 수원과 화성, 오산, 안성 등 도내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평택평화센터와 평택사회경제발전소 등 전국 65개 시민단체 회원들은 지난 1일 오후 평택 소재 오산 미군기지(K-55)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만일 한국정부가 미국으로부터 탄저균 실험과 관련해 어떤 통지도 받은 바가 없다면 이는 명백한 국내법 위반으로 그 책임을 철저히 추궁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번 옳은 말이다. 이들의 주장처럼 한미당국은 이번 탄저균 반입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모든 과정을 국민에게 가감 없이 공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31일 베트남 해군기지에서 탄저균 배달 사고의 피해를 최소화고, 재발방지와 사건 책임자 문책을 약속했지만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된 모든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주한미군이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도록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원유철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1일 당정협의회에서 7월 예정 SOFA 합동위 회의 시 관련사항을 의제로 논의키로 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