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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실칼럼]낭트대학에서 만난 프랑스의 ‘쁘띠 코리아’

 

프랑스 낭트대학에서 열린 한불 수교 100주년 기념 ‘한국과 프랑스의 사회적 역동성’을 논하는 흔치 않은 컨퍼런스엘 다녀왔다. 낭트시와 수원시가 자매도시이고 낭트대학과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이 자매지교이다 보니 필자에게 낭트시는 마치 타국 속의 또하나의 고향 같은 그런 친근함과 정겨움을 자아내는 곳 이었다.

15시간 여를 날아가 도착한 백야의 낭트에는 자정이 가까운 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낭트대 한국학연구소장이신 은발의 프랑스 교수님이 친히 공항까지 마중을 와주셨다. 첫 만남에 놀랍게도 친숙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로 악수를 청하셨다. 피곤함이 싸악 가시는 푸근함이 밀려 왔다.

다음날 아침 여름치곤 꽤나 쌀쌀한 날시 덕에 제법 톡톡한 코트를 걸치고 나선 낭트대학 캠퍼스에서 멋진 총장님을 뵈었다. 그곳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계신다는 지한파 여성 프랑스 명예 한국대사도 뵈었다.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가셨다는 명예 한국 대사는 연신 당신의 한국에서의 잊지 못할 추억과 감동을 전하고 또 전하느라 꽤나 열심이셨다. 작년 첫 개설했다는 한국학 강의에 몰린 109명의 낭트대생들과도 첫 대면을 했다. 그들 모두와 필자는 예사롭지 않게 한국어 인사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

그곳에 놀랍게도 프랑스 속 작은 한국 쁘띠 코리아가 용틀임 치고 있었다. 낭트대학 한국학연구소가 주관한 그 행사에 마치 한국을 옮겨 놓은 듯 태극기가 온 회의장을 뒤덮고 있었다. 재불 미술작가들의 한국을 상징하는 소나무 장승 작품과 한땀 한땀 정성들여 쓴 교포들의 서예작품이 즐비한 회의장 입구에 서서 필자는 이곳이 프랑스가 맞나 싶을 정도로 또 하나의 한국을 만날 수 있었다.

낭트대 한국인 여교수님이 어찌나 프랑스 학생들을 한국식으로 가르쳐 놓으셨던지 필자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말을 배우며 한국학 공부를 하고 있는 그들 109명의 낭트대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익숙한 한국말로 ‘교수님, 교수님…’ 하고 부르며 온종일 마치 측근 보좌를 하듯 종종 걸음으로 따라다녔다. 사진 한 장을 찍더라도 자신들의 교수님이 보이지 않으면 여기저기 뒤지며 열심히 찾아다니다 결국 교수님이 오셔야 환호를 울리며 사진을 찍곤 했다.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장면이었다.

그들은 한국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한국에서 온 내가 못내 신기한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가와 서툰 한국말로 뭔가를 묻고 또 물었다. 마주치기만 하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뭐라도 해주고 싶어 연신 커피와 지역 특산 프랑스 쿠키를 권하던 낭트대 학생들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인사할 때 공손히 손을 모으고 배꼽 인사를 하던 그 프랑스의 학생들이 신기했다. 한국의 대학 캠퍼스에서도 도통 보기 어려운 진풍경 아니던가.

컨퍼런스의 프랑스 측 발제 중에도 글로벌 시대 한류 3.0이라는 아젠다가 포함되어 있었다. OECD대사께서 한강의 기적을 일군 한국 교육의 힘에 대한 발제를 하셨다. 불과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분단국 한국이 이제 세계 속 글로벌 강국으로 우뚝 선 성공 스토리를 전함에 양국 참가자 모두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감회가 남달랐다. 필자 또한 학습 DNA를 갖고 태어난다고 할 만큼 ‘요람에서 무덤까지’ 한국 전역에 구름처럼 번져가고 있는 학습강국 학습민족의 역동성의 스토리를 전했다. 한국을 움직이는, 세상을 바꾸는 코리아의 교육의 힘을 역설하여 크나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컨퍼런스 마지막 날 한국인 교포 아줌마들의 도움으로 프랑스의 한국학 학생들이 직접 배워 준비했다는 잡채와 김밥과 야채전과 밥과 시원한 물김치 등등 진수성찬이 낭트대 교수식당에 차려졌다. 감동으로 목이 메어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그곳이 바로 마음으로 함께 하는 또 하나의 작은 한국 쁘띠 코리아가 아닐까. 한국을 프랑스에 살짝 옮겨 놓은 듯 마치 아바타처럼 그렇게 감동적인 ‘쁘띠 코리아’가 그곳에 있었다.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프랑스 속 그 아름다운 ‘작은 한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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