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년 3월12일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에선 이런 일이 있었다. 누군가가 ‘댐이 무너졌다’고 외치며 거리를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근을 지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따라 뛰었다. 순식간에 사람 숫자는 불어나 수천 명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시 당국은 서둘러 ‘댐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표했고 반복방송을 한 후에야 대피 소동은 잦아들었다. 패닉상태가 멈춰지고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집단공포는 서로의 두려움을 증폭시키면서 사태를 악화시킨다.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 이성적 판단은 이미 마음속에서 사라지고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해서다. 군중이 공포심리에 휩싸일 때는 이성이 마비되기 쉬우며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005년 8월 이라크 바그다드 티그리스강의 알아이마 다리 위에서 발생한 사건이 그렇다.
당시 이슬람 시아파 순례객들은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다리 위에 자폭 테러범이 있다’고 외쳤다. 겁에 질린 순례객들이 앞 다투어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고 곧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군중에 깔려 죽는 사람이 생겼는가 하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리 난간마저 무너지면서 강으로 떨어져 익사하는 사람도 속출했다. 그렇게 해서 생긴 사상자가 무려 1200여명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테러범도, 폭탄도 발견되지 않았다. 군중을 휩쓴 공포가 참혹한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처럼 군중이 공포심리에 휩싸일 때는 이성이 마비되기 쉽다. 냉철한 판단 대신 남들과 같은 행동을 해야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거의 패닉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어 걱정이다. 뒤늦게 병원명단을 공개하고 정부가 적극 나서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으나 국민의 공포 심리는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사망자와 확진환자가 늘고 지역도 전국으로 퍼져서다. 일부에서는 지금의 공포가 지나친 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애당초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의 초기대응이 초래한 결과다. ‘무능한 정부가 메르스보다 더 무섭다’는 요즘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닌 듯싶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