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대장정의 첫 걸음에 나선 울리 슈틸리케(61·독일) 축구 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의 현실에 대해 송곳 같은 지적을 하고 나섰다.
‘동남아 2연전’에 나선 슈틸리케 감독은 10일 말레이시아 샤알람에서 “한국 축구는 수비수들이 볼을 가진 상황에서 빌드업(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개 과정)이 부족하다. 여기에 미드필더들은 창의력이 떨어진다. 공격수들은 결정력을 보완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과의 일문일답.
- 축구 대표팀을 맡고 나서 본격적인 월드컵 도전의 첫 여정이다. 어떤 마음가짐인지.
▲ 무엇보다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첫 경기에서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 승리는 선수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승리하면 팬들은 물론 언론도 좋아할 것이다. 승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이번 동남아 2연전에는 평상시 함께 했던 선수들이 많이 빠져 어려운 상황이다.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월드컵을 향한 첫 걸음을 하지 못하는 부담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는 기회도 된다. 무엇보다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 월드컵 2차 예선에서 만날 상대는 비교적 약체들이다. 약팀을 상대할 때 선수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나.
▲ 항상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는 “상대를 존중하라”는 말을 해주고 있다. 우리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50∼100위 이상 차이가 나는 팀이라도 기본적으로 진지하게 경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약체를 만나면 상대의 기술적-전술적 부분을 예상할 수 있다. 대부분 약체는 느린 템포로 나서게 마련이다. 하지만 상대의 플레이 스타일에 연연하기보다는 ‘우리 축구’를 잘 준비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대표팀을 맡은 지 9개월째 들어간다. 그동안 지켜본 한국 선수들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 한국 선수들은 규율이 잘 잡혀 있다. 또 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을 뿐만 아니라 고된 훈련을 견뎌내는 투지가 뛰어나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적극적인 경기 운영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면 패스를 준 선수가 대부분 패스 이후에 움직임이 없다. 패스를 다시 받을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하는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팀이 공격에 나설 때 포지션별로 세분화해서 말을 하자면 수비수들은 볼을 가진 상황에서 빌드업(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개 과정)이 부족하다. 여기에 미드필더들은 창의력이 떨어진다. 또 공격수들은 결정력을 보완해야만 한다.
수비를 할 때에도 전술적인 유연성이 필요하다. 수비라인을 끌어올릴 필요성이 있다. 불을 빼앗겼을 때 빨리 다시 볼을 빼앗을 수 있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절실하다.
- 대표팀에 뽑혔다가 다시 소집되지 않는 선수도 있다. 또 K리그 무대에서 대표팀의 꿈을 꾸는 선수도 있다. 그런 선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 나는 K리그 클래식(1부리그)과 챌린지(2부리그)를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은 경기를 보려고 한다. 많은 경기를 본다는 것은 선수들을 자세히 관찰한다는 뜻이다. 선수들이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주고, 그 선수가 대표팀에 들어올 역량이 된다면 언제든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좋은 예가 주세종(부산)이다. 주세종의 소속팀인 부산 아이파크는 K리그 클래식에서 11위로 하위권이지만 선수의 능력이 된다면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이정협(상주)도 있었다. 선수들이 주눅이 들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펼치면 기회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