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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전해질 행복’ 꽃다발에 마음 담았어요

김단령 씨 ‘하얀꿈 정원’ 운영
손님들 꽃바구니에 ‘함박웃음’

 

그녀의 꽃다발은 항상 풍성하다. 세련된 그녀의 모습만큼이나 꽃다발도 흠잡을데가 없다. 무심한듯 둘러놓은 포장지도 내추럴한 리봉도 꽃송이들과 완벽하게 매치된다.

하얀 색의 옷을 입고 꽃들과 마주하고있는 김단령씨(28세·사진). 유난히 흰색을 좋아하는듯 꽃가게의 이름도 ‘하얀 꿈 정원’이다.

무작정 꽃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였다. 어린 나이에 삼꽃거리에 65평방메터의 작은 꽃가게를 내고 인테리어부터 모든것을 다 자기의 취향대로 아름답게 꾸몄다. 드라마속 우아한 꽃집 사장을 꿈꾸며 녀자애는 그렇게 인생의 첫발자국을 내디뎠다. 첫 손님에게 꽃을 소개하는 일조차 부끄럽던 그녀의 나이 21세였다.

자신을 단장하기를 좋아하는 단령씨는 언제나 한껏 예쁘게 꾸미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하지만 플로리스트란 보여지는것처럼 우아한 직업이 아니다. 중로동에 가깝다. 가녀린 단령씨의 손은 전지용 가위나 펜치와 같은 연장들과 어울리지 않아보이나 이제 그것들은 단령씨의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해졌다. 그녀의 손은 늘 장미의 가시에 찔리거나 긁히여 여기저기 상처가 나있었다.

“꿈으로 시작한 일이였지만 힘들 때가 많았죠. 특별한 날 주문이 밀릴 때면 밤새도록 일하고 홀로 셔터문을 내리고 괴괴한 밤거리를 무서움에 떨며 외로이 걸었어요.”

단령씨를 지탱하게 한것은 손님들의 칭찬이였다. 딱히 꽃꽂이를 배운적은 없지만 센스 넘치는 단령씨는 자신만의 감각으로 꽃들을 예쁘게 꾸며낸다. 촌스럽지 않고 우아하다는게 손님들의 평가이다.

한번은 가격에 비해 너무 풍성한 꽃바구니를 받은 고객이 확인전화를 걸어온 일도 있었다.

“주문한 가격에 맞추려니 제가 머리속에 그리던 꽃바구니가 나올것 같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름다와질 때까지 생화를 더 넣었어요.”

생화만큼이나 아름다운 단령씨의 마음씀씀이 또한 ‘단령표꽃’의 인기비결이다.

현재 단령씨는 개인사정으로 인해 삼꽃거리에 있던 가게를 접고 신흥소학교 서쪽골목에 위치한 삼꽃화훼시장의 한 코너에 자리를 잡았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단령씨에게 이웃가게 언니들은 한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이다.

“깨끗하고 조용하던 나의 가게와는 달리 늘 북적북적한 이곳이 처음에는 정말 습관이 안됐어요. 그런데 지내보니 사람사는 냄새가 나서 너무 좋더라구요.”

단령씨의 가게에는 생각보다 생화가 많지 않다. SNS로 예약주문을 받기때문이다. 꽃바구니 하나를 완성하면 정성을 담은 문구와 함께 사진을 찍어올린다. 그녀의 모멘트에는 축복과 감사의 마음 그리고 아름다운 꽃다발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자신의 감정을 짤막한 글줄로 표현하기 즐기는 단령씨, 글줄에서는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그녀의 성격이 묻어난다. 그런 그녀를 고객들은 항상 지켜봐주고 응원해준다. SNS를 통한 입소문덕에 최근 연변장백산축구팀 팬미팅에 꽃꽂이를 담당했다며 단령씨는 생글생글 웃는다.

단령씨에게 꽃 한다발이란 때로는 소박한, 때로는 정열적인 축복이 담겨있는 선물이여서 그것을 완성시키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묶음을 상상하며 생화를 꽂아넣는다.

“꽃을 선물 받는 사람의 행복한 얼굴을 떠올리면 저의 손놀림을 허투로 할수 없어요. 누군가에게 전해질 행복을 만드는 일, 저 역시 행복해집니다.”

가끔씩 꽃을 주문해서 단령씨에게 선물하는 고객들도 있다. 그럴 때면 단령씨는 누군가에게 끝없이 보내기만 했던 행복이 자신에게로 찾아든것 같아 세상을 모두 가진 기분이다. 단령씨는 꽃다발을 만드는 일은 반짝 떠오르는 령감을 캐치하여 작품을 만든다는 면에서 작가와 같다고 말한다. 작가들이 아무리 생활이 고되여도 책을 멀리하지 않듯이 플로리스트들도 마음은 비워도 머리를 비우면 안된다고 말한다.

“무심코 보여졌던 꽃은 있어도 무심코 만들어진 꽃은 없습니다. 꽃다발 하나에 이야기 한컬레입니다.”

언젠가는 다시 상상속 아름답고 화려한 꽃가게를 가지려는 꿈을 안고 단령씨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꽃향기를 맡는다.

/글·사진=리련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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