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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쉰다는 뜻의 휴(休)는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댄 모습이다. 일하다가 잠시 나무 아래서 휴식을 취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는 휴가라 하지만 나라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프랑스어 바캉스(vacance)는 해방, 해제, 면제라는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에서 유래했다. 그리고 정신적·육체적 자질 향상을 위해 학생 교사 군인 법관 등에게 주어지던 긴 휴가였다. 적어도 산업혁명 이전까진 그랬다.

약간 의미가 다르긴 하지만 조선시대에도 바캉스와 비슷한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휴가제도가 있었다. 1426년 세종이 처음 시행한 이 제도는 촉망받는 젊은 인재들에게 휴가를 주고 독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휴가 기간은 짧게는 석 달, 길게는 3년까지. 현재 맡고 있는 직무로 인해 책 읽을 겨를이 없으니 본전에 나오지 말고 집에서 전심으로 글을 읽고 성과를 내어 나라에 보탬이 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다시 말해 관리로 등용된 인재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주었던 셈이다. 휴가를 받은 신하들은 집 혹은 산사를 오가며 자유롭게 책을 읽고 심신을 단련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읽은 내용을 정리하여 월과(月課)로 냈다. 왕은 식량과 술 및 물품 등을 내려주며 독서를 권장하기도 하고, 과제를 주어 수시로 그 결과를 평가하기도 했다.

여름휴가가 길기로 유명한 나라는 프랑스다. 1년에 1개월 유급휴가가 주어지는데, 여름철이면 파리 등 대도시가 텅 빌 정도로 철저히 휴가를 즐긴다.

우리나라도 한때 바닷가에서 검게 그을린 피부를 자랑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허구한 날 쉬는 백수들이 양산되는 요즘엔 추억거리가 된 지 오래다.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직장을 구한 신입사원, 정년을 얼마 안 남긴 중견사원들, 밀린 일 처리하랴, 윗사람 눈치 보랴 법정 휴가 일수도 다 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잠시 얻는 휴가는 누가 뭐래도 꼭 필요한 것이고 마음 편히 쉬어야 일도 잘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자의든 타의든 여름휴가를 반납한 많은 사람들에게 시원함을 줄 수 있는 빅뉴스는 없을까.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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