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아름답게 그림 그리면 / 노을이 내려와 색칠을 하고 / 기러기 떼로 날아 수를 놓는다 / 고운 저 하늘 / 한 자락 베어 / 우리 엄마 나들이옷 / 지어 드렸으면.’ 소파 방정환 선생의 ‘가을하늘’이란 동시다. 요즘 하늘이 꼭 이렇다. 보는 이의 마음을 푸르게 하며 맑은 동심도 되살아나게 하는 그런 계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을하늘을 특별히 좋아한다. 1년 중 가장 맑고 높을 뿐만 아니라 뭉게구름과 같은 아름다운 구름이 많이 떠있기 때문이다. 구름이 많은 것은 우리 가을하늘의 특징이기도 하다. 여름 동안에는 수직방향으로 대류가 발달해 쌘구름(적운)과 쌘비구름(적란운)이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수평방향으로 대류가 흘러 털구름(권운)과 털쌘구름(권적운) 등이 자주 눈에 띈다. 가을하늘이 특히 맑은 것은 대기의 대류가 여름보다 약해서 먼지가 높은 곳까지 올라가지 못해서다.
그리고 시베리아 벌판의 공기가 우리나라로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가을하늘이 높아 보인다. 시기적으로 대략 9월 중순경이다. 하늘이 높게 보이는 것 또한 공기 중에 먼지가 적어 낮은 고도에서 빛의 산란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다. 산란은 태양빛이 먼지나 작은 입자에 부딪혀 부서지는 현상이다. 이 같은 현상으로 우리는 높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산란이 없다면 하늘은 지금처럼 파란색이 아니라 어둡고 칙칙한 검은 색으로 보였을 것이다. 우주 공간이 항상 검은색을 띠고 있는 것은 산란될 공기가 없기 때문이다. 비행기의 고도가 점점 높아질수록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어두운 색으로 바뀌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공기 중에 입자가 큰 먼지가 많으면 하늘이 뿌옇게 보이는 것도 산란 때문이다.
하늘은 높고 맑아 마음은 청량하지만 복병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낮엔 기온이 높으나 밤에는 복사냉각으로 기온이 떨어져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고 있어서다. 지금이 일 년 중 일교차가 큰 시기다. 일교차가 커지면 새벽의 기온이 이슬점까지 떨어지면서 가을의 전령사라는 안개가 낀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일교차가 크면 감기가 걱정이다. 환절기 건강, 조심이 최고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