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는 ‘대동제(大洞制)’라고도 불리는 ‘책임읍면동제’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 행정자치부 관계자가 “정부가 지자체를 상대로 시행하는 제도를 ‘지자체 길들이기’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지만 이는 행자부의 입장일 뿐이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책임읍면동제를 ‘옥죄기’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으로 인식한다. 책임읍면동제를 주장하는 정부는 행정동 2~3개를 1개 동으로 통·폐합, 4급으로 직급이 상향 조정된 동·읍·면장이 권한과 책임을 갖고 본래 동·읍·면의 기능에 더해 시·군청이나 구청의 행정권한까지 함께 갖기 때문에 효율적인 제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실패했던 과거를 갖고 있다. 지난 1997년 경남 창원시가 전국 최초로 실시했다. 당시 창원시는 인구 50만 명을 채워 행정구를 설치할 수 있었지만 대동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거대동 탄생에 따른 행정비효율과 최일선 주민복지행정의 차질이 발생함에 따라 폐지됐다. 이후 2008년에도 행안부가 도입을 검토했지만 지자체 반발로 무산된 일도 있었다. 한데 정부의 고집도 참 대단하다. 지난 5월13일 시흥시가 구도심인 대야동과 신천동을 하나로 통합한 ‘대야·신천 대동 행정센터’를 개청한 데 이어 군포와 원주에도 시범 도입한 것이다. 내년부터는 경기도내 부천·화성·김포·의정부·양주·광주시와 타 지자체에서도 시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런데 책임읍면동제 시행을 본격화하는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에 지자체의 주민들과 기초의회가 반발하고 있다.(본보 1일자 1면) 책임읍면동제 시행 지자체로 선정된 남양주시와 양주시, 경남 진주시 시의회는 ‘주민들과 협의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화성시 동탄신도시는 채인석 시장이 구 신설을 약속했지만 책임읍면동제 도입을 추진하자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책임읍면동제 시행 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은 공무원 고발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민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책임읍면동제를 시행하려하면서 공무원과 단체원들의 밥값에 불과한 업무추진비로 꼬드겨 일방행정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책임읍면동제를 시행하는 지자체에만 기관업무추진비의 20%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조항을 뒀다. 책임읍면동제는 일반구 신설을 저지하고 수원·고양·성남·용인 등 ‘100만 이상 특례시 요구를 막으려는 꼼수’라는 반응도 나온다. 그러므로 신중하게 추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