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역사는 가늠하기 힘들다. 문자가 생긴 이후 그 글자를 적어 놓기 시작하면서부터 등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초기의 것들, 즉 갑골. 돌, 기와 등에 글자와 그림을 새기거나 쓴 것을 책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것을 제외해도 기원을 따지기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정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죽간(竹簡)을 체계있게 편철하여 사용하였던 책(策)을 책(冊)이라 보는 게 그것이다.
죽간은 종이가 발명되기 전까지 가장 많이 사용된 책의 재료였다. 대의 경우 길이 26cm 전후의 판대기를 만들어 거기에 8자에서 30자 정도를 한 줄에 썼다. 그러나 30자 이상 100자 정도까지를 쓸 필요가 있을 때는 길이 90cm 내외를 사용 하기도 했다.
이같은 대와 나뭇조각의 위아래를 마치 댓발 엮듯이 끈으로 잇달아 엮어, 수록된 문장을 체계 있게 정리 했고 이를 책(策)이라 불렸는데 오늘날 통용되고 있는 책(冊)이란 글자가 바로 여기서 나왔다. 역어진 댓발의 형태를 보고 만든 상형문자인 셈이다.
서양에서는 5세기까지 이집트 피피루스가 책의 재료였다. 종이를 뜻하는 영어의 페이퍼, 독일어의 파피르, 프랑스어의 파피에, 러시아어의 파푸카 등은 모두 이를 어원으로 두고 있다.
현재 우리가 읽는 책의 통념을 정착시킨 것은 서기 100년경 후한시대 발명한 종이 덕분이다. 그 후 우리나라에서 종이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연대는 정확치 않다. 다만 고구려 영양왕때인 610년 승려 담징이 종이와 먹 만드는 법을 일본에 전하였다는 사실이 문헌에 남아 있고, 또 백제 고이왕 때 천자문을 비롯한 서적들을 일본에 보낸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늦어도 삼국시대 초기인 2∼3세기경 종이를 만드는 법이 알려 졌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우리나라에 현존 하는 가장 오래 된 책은 삼국시대 원효,·혜초, 의상등 고승들이 쓴 불경 40여 종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책의 축제 ‘파주북소리’가 파주·코엑스와 출판도시 일대에서 개최중이다. 오는 11일까지 책에 관한 모든 것을 볼수 있고 국내외 인기 작가들과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천고마비의 계절, 아이들과 나들이장소로 최적일 듯싶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