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일(40)의 신작 장편소설 「도둑의 누이」(문이당 刊)는 인간의 역사가 여성의 젖줄에 의지해 이어지고 있음을 새삼스럽게 상기시킨다.
소설의 주인공 한선재는 갤러리 찻집 '회랑'을 경영하며 화가인 어머니 임로사의 대리인으로 살아간다. 회랑 옆 건물의 지하에 요새처럼 꾸며놓은 '제이엠 기획'은 한선재의 오빠인 한선묵의 작업실이다. 오빠는 비밀금고와 보안시스템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소설은 친남매가 아닌 선재와 선묵 사이에서 미묘한 자장을 불러일으킨다. 선묵은 여섯살때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생모를 여의고 이모인 임로사의 양자가 됐다. 선재는 딸을 잃고 정신이상자가 된 임로사의 집안에 업둥이 딸로 들어갔다.
선묵은 '상식적이지 않은' 집안의 아들답게 비상식적인 길로 내닫는다. 그는 자신이 보안시스템을 설치한 부유층 집의 담을 뛰어넘어 고가의 소장품이나 달러를 훔쳐 양로원이나 보육시설 등에 익명으로 거금을 투척하는 '현대판 의적'이다. 그의 행적은 인터넷에서 '신비인'으로 신화화되고 그를 추종하는 팬카페까지 생긴다.
선재와 선묵은 한때 금기를 깨고 깊게 사랑했으며 이로인한 죄의식을 갖고 있다. 자신의 출생비밀을 오빠에게 듣고 충격을 받은 선재는 충동적으로 결혼했다가 곧바로 이혼한 적이 있다.
두 사람 사이에 형사 유장건이 끼어든다. 오빠의 도둑혐의를 잡고 뒤를 캐기 위해 회랑을 들락거리던 유장건과 선재 사이에 어는 순간 사랑이 싹튼다. 유장건의 청혼을 받은 선재는 뱃속에 4개월된 그의 아이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혼경험을 떠올리며 이를 거절한다.
인터넷에서 '신비인'의 파장이 커지자 오빠는 경찰에 자수하고 감옥에 갇힌다. 수개월 뒤 유장건이 회랑에 바람처럼 나타나 자신의 결혼소식을 선재에게 알린다. 그가 보는 앞에서 선재가 갓난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이 소설은 선재-선묵-유장건의 삼각관계를 다룬 현재 이야기와 임로사의 가족사를 다룬 '소설속의 소설'이 맞물려 돌아간다.
선재는 어머니 그림의 뉴욕 전시회를 앞두고 '로사 이야기'라는 화첩을 만든다. '로사 이야기'는 임로사의 외종조모인 '고운이'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온정신이 아니었던 고운이는 애꾸눈 '무들'을 만나 다섯 명의 아이를 낳고 객사했다. 고운이의 큰딸 송현은 지주의 손자인 윤학준과 결혼한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자손 중 진예만이 제명껏 살아가는데 진예의 딸이 로사이다.
이처럼 '로사 이야기'는 여자들이 가문의 맥을 이어온 남다른 가족사를 담고 있다. 물론 이같은 가족사에는 여자들의 한과 상처가 깃들어 있다. 작가는 인간의 삶이 바로 그러한 한과 상처를 간직한 여자의 몸을 통해 이어지고 있음을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 찡하게 보여준다. 296쪽. 8천8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