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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칼럼]기억과 기념, 그리고 미래와 지금

 

10월은 다른 달에 비해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날들이 많다. 국군의 날, 개천절, 한글날, 추석, 여기에 사람마다 생일, 결혼기념일, 제삿날, 사고가 난 날, 집을 구입한 날, 종교(기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성인축일과 예수의 수난에 대한 성찬예식, 그밖에 입대한 날, 제대한 날, 퇴원한 날 등등…. 사건마다 의미를 부여하여 기념하고자 한다면 일년 365일 하루 안에도 몇 가지 기념할 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기념(식)을 하는 것은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서 하는 의식이다. 과거의 사건들은 국가 혹은 종족, 집단, 개인마다 그 중요도가 다르며 이에 따라 기념하는 의식도 주관자도 다르게 된다. 광복은 국가 민족 집단 개인 모두가 공유하는 기쁜 기억이지만 결혼은 당사자가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는 추억을 토대로 기념을 한다. 따라서 광복절 기념행사는 국가가 주관하고 결혼기념은 개인이 한다. 지나간 사건이 내 기억에 없다는 것은 망각증이 있지 않은 한 그것은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며 기억에 없는 사건을 기념한다는 것은 허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세대가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과거의 역사적인 사건을 기억을 할 수는 없지만 위 세대로부터 내려오는 기념을 통해 과거의 사건이 재생되어 현 세대는 지금의 사건인 듯이 추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기념은 과거를 현재화 하는 힘이 있다. 또 기념하는 사건을 통해 지금을 성찰하고 교훈을 주는 기능을 한다. 해가 거듭되는 만큼 기념이 반복되면 이것이 전통이 되어 기념을 통해 과거의 재현된 사건들은 개인 혹은 집단에 정체성과 가치관을 부여하게 된다. 기념하는 것에는 좋았거나 나빴던 사건, 행복했거나 불행했던 사건 모든 것이 해당될 수 있다. 도둑질로 수감생활을 하다가 교도소에서 출소한 날을 기념하며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고 반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기념을 통해 다시는 실수하지 않고 다음에는 더 잘해봐야겠다고 다짐하는 못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국가는 광복절 기념을 성대하게 하지만 한일합방 조인한 날을 기념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행했고 처참했던 날도 기념하면서 새로운 각성을 환유할 수 있는 것이다. 독일은 자신들이 저질렀던 홀로코스트를 기념하면서 아우슈비츠 유대인 감호소와 학살현장을 보존하여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정일에 기념식을 해서가 아니라 전시관을 통한 기념은 상시 기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우리의 광복절을 패전기념일로 지키며 신사참배를 한다. 전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장치를 해 놓은 상태이다. 이들이 전쟁에 관해 기념하는 까닭은 독일과는 정 반대이다. 전 세계의 야유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떳떳하다고 변명한다. 자국을 보호하고 지키려는 본능에 대해 그 누가 뭐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전쟁을 발발했던 전범국가가 식민지 약탈과 온갖 만행을 저지른 과거 사건들을 망각하고 다시 전쟁에 참여하겠다고 법을 고친 것은 극악한 살인범이 반성은커녕 실패 없이 더 큰 살인을 계획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제정치 군사 경제문제가 단순하지 않게 국가 간의 이익으로 얽혀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최소한 전범국가로서 지켜야 할 기본도덕성을 버리고 있는 것은 과거에 자신들이 했던 짓 자체를 모두 지워버리겠다는 전범 국가다운 뻔뻔하기 짝이 없는 의도이다.

기념 혹은 기념식을 한다는 것은 시간과 돈으로 행사를 위한 잔치를 하는 의식이 아니다. 기념을 통해 과거가 현재가 되며, 이를 통해 반추할 미래가 다시 현재가 되는 소중한 종교의례와 같은 의식이다. 국경일에 휴무를 하면서 정부고위인사들과 해당자들만 기념식에 참석하고 전국에 이 행사 광경을 방영하지만 이를 눈여겨보는 국민들은 집에 태극기를 계양하는 국민 수보다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기념식은 전통이 되었지만 시대변화에 따라 진부해져서 개인 기념행사가 아닌 국가주관 기념들은 어떤 감흥과 교훈을 과거만큼 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한국사교과서에 관한 문제는 정치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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