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 274명중 15명이 ‘그렇다’
농구선수 11.5%로 최다 기록
‘승부조작법 들어’농구 30.8%
‘문제안돼’ 도덕 불감증 8%나
예방교육 90%대에도 효과 한계
국내 야구·축구·농구·배구 프로 선수 가운데 약 5.5%가 승부 조작 제안을 받았다는 조사 결과가 20일 나왔다.
해당 결과는 한국체육학회지 제54권 6호에 게재될 예정인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승부조작에 대한 인식과 예방교육 전략 연구’ 논문에 담겼다.
경찰이 외국원정도박을 벌인 혐의로 프로야구 선수들을 내사하는 상황에서 발표된 이 논문은 프로스포츠계의 도박 실태를 점검하고 해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영열·김진국 고려대 체육학과 강사는 2015년 등록된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선수들을 종목별로 75명 내외의 표본을 할당해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는 4월 13일부터 6월 2일까지 총 274부의 설문지를 활용해 이뤄졌다. 미리 교육받은 조사원 4명이 각 프로구단을 방문해 연구 취지를 설명하고서 조사를 벌였다.
‘나는 승부조작을 제안받은 경험이 있다’라는 설문에 전체 응답자 274명 가운데 15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농구 선수들은 4개 종목 가운데 가장 높은 11.5%를 기록했다. 응답자 78명 중 9명이 ‘그렇다’고 답한 것이다.
배구와 축구, 야구는 각각 4.9%, 2.9%, 1.5% 순이었다.
‘나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접속한 경험이 있다’라는 설문에도 농구 선수들은 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야구(0%), 축구(2.9%), 배구(1.6%) 선수들의 응답률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승부조작이 이뤄진다는 소문은 매우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파악됐다.
‘나는 승부조작 방법을 동료 선수한테서 들어본 경험이 있다’는 항목에서 농구 선수의 30.8%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배구와 야구, 축구 분야도 각각 26.2%, 20.0%, 17.1% 순으로 많았다.
대다수 선수는 승부조작에 문제가 많다는데 공감했음에도 일부는 도덕 불감증을 보였다.
‘나는 승부조작이 법률적 범죄라고 생각한다’와 ‘나는 승부조작이 스포츠 윤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는 물음에 4개 종목 모두 최소한 92%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8%는 법률이나 윤리 측면에서 그다지 문제 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정정당당함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는 불법행위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승부조작 예방 교육은 이뤄지고 있음에도 효과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배구 응답자의 98.4%가 승부조작 예방 교육을 받았다고 답했다. 그다음은 야구(95.4%), 농구(93.6%), 축구(85.7%) 순이었다.
예방 교육의 효과를 놓고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교육에 문제가 없다는 응답은 55.8%에 그쳤다. 나머지는 단조로운 교육(14.2%), 일회성 교육(12.7%), 흥미 유발 부족(12.4%) 순으로 문제점을 꼽았다.
승부조작 예방 교육 중 강조돼야 할 분야로는 법률 내용이 30.2%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스포츠 도박의 위험성(21.2%), 스포츠 윤리(17.2%)였다.
논문은 “2011년 5월 국내에서 처음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된 이후 선수들이 승부조작을 범죄로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또, “승부조작을 포함한 스포츠맨십, 폭력, 도핑 등에 대한 포괄적인 스포츠 윤리교육이 학생선수 시절부터 주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방 교육과 상담, 감찰의 기능을 동시에 전문적으로 시행할 통합기구가 운영돼야 하고 종목별 특성에 맞는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 연구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