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엔 중독성이 있다. 기부천사라 불리는 가수 김장훈만 보아도 그렇다. 10년간 100억 원을 아낌없이 내놓고도 정작 자신은 집이 없으니 말이다. 중독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기부엔 전염성도 있다고 한다. 남편이 거액을 사회에 쾌척한 뒤 사망하면 부인, 나아가 자식들도 어김없이 기부에 동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부 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평생을 아끼고 모아온 것을 선뜻 내주는 일이나 다름없어서다. 알게 모르게 거액의 상속자 또한 상당수가 상속우울증에 시달린다는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기부문화가 보편화 되어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세계 초 일류국가가 된 숨은 조력자이자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라 말할 정도다. 기부를 활성화시키는 세제도 잘 갖춰져 있다. 대표적인 게 기부금의 손비처리제도다. 기부금에도 세금을 매기는 우리와 매우 대조적이다. 일부에서 ‘기부가 변형된 형태의 상속’이라는 주장도 제기하지만 당국은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국가 재정으로 지출하는 복지비용을 가능한 한 줄이고 시민·부유층·기업 등이 모자란 부분을 메우는 공동체가 성숙한 사회라는 게 이유다.
지난해 미국에서 20년간 1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4조 원을 기부해온 익명의 기부천사 신원이 알려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모두 3명인 이들은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직장동료였으며 현재 97억 달러(약 10조원)의 자선 펀드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자산규모로 빌 게이츠, 포드, 게티 재단에 이어 미국서 네 번째지만 그동안 이들은 철저히 스스로를 감춰왔다고 한다.
어제 세계 7대 부호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보유중인 지분 99%, 시가 450억 달러(약 52조 원)를 탄생한 딸 이름의 자선단체에 기부한다고 밝혀 화제다. 저커버그는 26세이던 2011년에 재산 중 반 이상을 자선사업에 쓰겠다는 기부 공약을 한 바 있다. 그는 기부이유를 ‘다음 세대 모든 어린이를 위한 도덕적 의무’라고 말해 다시 한 번 미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기부는 지갑을 여는 게 아니라 마음을 여는 행위라고 했던가. 열린 마음이 충만한 미국이 부럽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