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박소원
바람도 멈춘 땡볕아래서
식당 담장에 기댄 해바라기들
외로 고개를 틀고 서 있다
늘 원하는 게 많아
목을 빼고 걸어 다니는 나처럼
해바라기 긴 목덜미가
남향으로 길어져 가만가만 흔들린다
기형의 자세를 방향으로 삼고도
빽빽이 박힌 씨앗들 검게 익어간다
십여 년 전부터 주방 벽에는 경기도청 벚꽃 축제에서 산 8호 정도 되는 해바라기를 그린 유화 액자가 걸려있다. 1970년에 전 세계에 개봉됐지만 우리나라에는 82년이 되어서야 상영될 수 있었던 ‘해바라기’라는 영화 때문이다. 그 영화의 주인공 지오반나(소피아 로렌)가 남편을 찾아가던 우크라이나 들판에는 해바라기가 끝없이 펼쳐져 끝 간 데가 없었다. 가슴을 저미던 부부의 애절한 이별과 함께 그 배경이 된 해바라기 밭을 잊지 못하게 되었다. 시인도 해바라기와 관련된 특별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해바라기는 햇볕 좋은 곳으로 늘 방향을 바꾸었겠지만 결국은 제 몸이 기이하게 변해버린 상태가 되었다. 신체기형이 된 상태로도 해바라기는 잘 익어간다고 노래하고 있다. 삶은 좋은 가운데 나쁘기도, 나쁜 가운데 좋기도 한 것이라고 시인은 자신을 다독거리고 있다.
/송소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