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서 미용실, 치킨가게, 구두 수선업 등을 하는 상인들로부터 투자금이나 전세금을 받아 가로챈 뒤 행적을 감춘 중년의 ‘큰 손’ 주부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부천 원미경찰서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A(55·여)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남편 명의를 빌려 부동산중개업을 해온 A씨에게 부동산 투자금 등의 명목으로 수억원을 빌려줬다가 피해를 당했다는 고소장이 30여건 접수됐다.
1억5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B(45·여)씨는 “A씨가 매월 7%의 수익을 돌려주겠다며 투자를 권유했다”며 “처음 1년간은 수익금을 꼬박꼬박 보내와 믿었는데 빌려준 금액이 커지면서 불안해 원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연락이 두절됐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전셋집 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이중계약서를 작성해 중간에서 전세금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다른 피해자의 딸은 “어머니가 시세 1억4천짜리 아파트를 A씨에게서 소개받아 4천만원이 싼 전세금 1억원에 입주했다”며 “알고 보니 집주인과는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80만원으로 이중계약을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미용실, 치킨가게, 구두 수선 등 부천 일대에서 평생 모은 돈을 사기당한 이가 대부분으로, 확인된 피해자만 30여명으로 피해금액은 최소 5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수사 전담팀을 꾸린 경찰은 A씨 남편을 통해 자수를 설득, 이날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앞 마트에서 A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신고가 계속 들어와 피해 금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조사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천=김용권기자 yk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