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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젖은 청솔가지 내게 온 시집

 

젖은 청솔가지 내게 온 시집

/김승기



자 깨어 듣는 차가운 바람소리

밤새 무겁기만 한 구들장

매운 연기에 눈물콧물 흘려도

비명처럼 탁탁, 잘 타지는 않고

차라리 죽고 싶어, 원장 나 죽는 약 좀 줘!

가랑가랑 목에 걸려 뱉어내지도 못하는

외딴집 하루



- ‘시집-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 2015·현대시학

 

 

 

김승기 시인은 정신과 의사이다. 영주에서 병원을 열고 영주 근동의 정신을 돌보고 있다. 그 청정지역에도 돌보아야 할 정신이 있다는 것이 작금의 현실일 것이다. 청솔가지는 마르지 않는 소나무 가지다. 그것을 처음에 땔 땐 불이 잘 붙지 않으나 일단 붙었다 하면 걷잡을 수 없는 불꽃을 피워낸다. 삶도 처음엔 청솔가지에 불붙이기와 흡사 할 것이다. 청솔가지가 피워 올리는 연기를 참아내야 구들장이 쩔쩔 끓어오르는 겨울아방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겨울을 견디고 건넌다는 것은 삶의 여정이다. 여정 위에서 삶의 고개를 모로 꺾고 고꾸라진다는 것은 생의 패배다. 죽겠다고 자주 말하는 사람은 역으로 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경우가 대다수다. 외딴집의 쓸쓸함을 이겨내면서 또 기다리는 것이 봄이다. 섬세한 감각으로 늘 주위를 살펴서 시를 선보이는 시인의 시력이 범상치 않음을 이 시 한편으로 읽어낼 수가 있다. /김왕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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