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김윤환
푸르름보다 백발로 먼저 온 그대
백발이 꽃으로 피어나는 봄날은 가고
백발보다 늦은 푸르른 날이
그대에게 온 것처럼
인생도 백발로 새봄이 시작된다면
하얀 이마로부터 청춘이 준비된다면
사월 벚꽃으로 핀
어머니 이 빠진 미소
새삼 그리워지는
지난해 유월 그 여름
- 김윤환 시집 ‘이름의 풍장’ / 애지
자식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미소는 환하다. 어머니는 언제나 조용한 배후다. 가족의 모든 고통을 짊어지고 내색조차 없으시다. 어쩌다 마주치면 그저 환히 웃는 얼굴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벚꽃이 피는 계절에 문득 더 그리워진다. 조금 젊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혹은 아직 살아계신다면 좀 더 잘 했을 텐데 하며 후회를 하게 된다. ‘인생도 백발로 새봄이 시작된다면’ 또는 ‘하얀 이마로부터 청춘이 준비된다면’하고 만약을 묘사하는 걸 보면 안타까움이 역력하다. 어쩌면 돌아가셨을지 모를 벚꽃만큼 환한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새삼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이다. 벚꽃이 피는 계절이 아니지만 벚꽃과 어머니를 동시에 떠올리는 것을 보면 ‘지난해 유월 그 여름’엔 어떤 특별한 사연이 있었나보다.
/성향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