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g
-감정의 허기
/이화영
마음을 무게로 표시한다면 몇 그램일까
마음은 감정이란 추 때문에 기울 때가 많다
닭 가슴살 한 덩어리는 100g이다
달걀 한 개의 단백가는 100인데
내게는 자꾸 100g으로 읽힌다
그가 한 줌 재로 왔다
적멸 100g
배를 깔고 엎드려 있으면
이대로 사라져버렸으면 하는 우울이 솔솔 올라왔다
내 중얼거림은
내게서 끝났다
손에 쥐어졌던 기억
달걀을 쥔 것 같아 말했던 것 같기도 하고
- 이화영 시집 ‘아무도 연주할 수 없는 악보’
우리에게는 그저 눈에 보이는 육체만 아니라 마음이라는 정신이 있다. 그리고 그저 정신이라고만 하기에는 더욱더 숭고하고 신비한 영역이 있다. 우리의 현재를, 미래를 좌우하는 감정이라는 무게, 그것은 아마 그 알 수 없는 세계 속에서 태어나는 것이리라. 화자는 한 줌 재로 온 그를 보며 적멸 100g이라 생각한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허무가 엄습하고 그로 인해 말짱했던 일상이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는 늪 속으로 가라앉는다. 하지만 그 어둡고 슬픈 감정이 마음을 기울게 하는 것이라면 또 다른 감정이 또다시 마음을 움직이게 할 터. 마침내 손에 ‘달걀을 쥔 것 같아 말했던 것 같기도’ 한 기억이 희미해져 가고 그러한 감정 속에서 화자는 한없는 무게로 짓누르던 허기 또한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렇게 다시 회복되는 우리의 일상,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행복을 느낄 때의 감정무게는 몇 그램일까.
/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