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역대 왕조에서도 사관을 두어 국가와 왕실의 세세한 일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우리가 기록의 나라였다는 증거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기록물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등 총 13개의 기록유산이 등재됐는데 이는 아시아 1위다. 이 가운데 총 1천707권 1천181책(정족산본) 500여 년 조선의 역사가 온전하게 담긴 조선왕조실록은 왕도 함부로 꺼내 읽을 수 없으며, 조작할 수도 없는 문서였다. 태종이 낙마한 뒤 ‘사관(史官)이 알게 하지 말라’고 했으나 그 말까지 기록할 정도로 기록에 목숨을 걸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현대에 와서 기록의 전통이 퇴색되는 것 같다. 특히 관청의 경우가 심하다. 공문서 보존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1년부터 영구 보존까지 7종으로 분류돼 있는데 단기간에 폐기처분되는 아까운 기록들이 부지기수다. 이에 따라 각 지역의 역사서를 편찬할 때마다 어려움에 직면한다. 사라지는 기록물을 보존 관리해 줄 상임인력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각 지역에서는 역사서를 편찬할 때마다 편찬위원회를 구성하고 실무진으로 상임위원과 연구위원을 임명한다. 그리고 출간이 완료되면 자동적으로 해산한다. 경기도 역시 지난 2009년 경기도사 편찬사업 종료를 끝으로 지금까지 동면상태다.
이에 경기연구원은 ‘경기도 도사편찬위원회를 다시 살리자’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편친위원회가 상설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적·행정적 평가 기준에 따라 존치가 결정되기에는 그 의미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경기도의 기록이며, 과거의 변화양상을 파악하는 근거이자 경기도의 미래 변화를 예측하는 자료인 경기도사 편찬을 위해 경기도 도사편찬위원회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연구원의 주장에 공감한다. 실제로 현재 전국적으로 경북, 경남, 전북, 강원도를 포함하는 4개의 도사편찬위원회와 49개 시사편찬위원회가 조례에 입각해 설치돼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특별한 이유 없이 조례가 폐지됐다. 지역 역사편찬위원회는 편찬사업뿐만 아니라 답사·교육을 주도하면서 지역사료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추세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수원시 등 도내 많은 지자체들도 지역사 편찬위원회의 상설을 외면한다. 자료들이 더 이상 폐기되거나 망실되기 전에 상설화시켜서 편찬과 자료수집 기능이 지속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