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대란이 현실로 닥친 상황에서 이준식 부총리겸 교육부장관과 전국 시도교육감들의 만남으로 극적 돌파구가 마련될 지 관심을 모았지만 또 다시 신경전만 벌이며 끝나 사태 장기화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부산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 총회에서 이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이 확보 안돼 학부모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교육감들이 의지를 가지고 시급한 예산을 편성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2012년부터 정부는 교부금으로 보육비를 지급해 왔고 여야 합의에 따라 교부금을 단계적으로 이관했다”면서 “보육예산은 관련 법령에 따라 시·도가 집행해야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상호 소통 협력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니 교육감들이 지혜를 빌려 달라”고 말했다.
이 장관의 인사말에 이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누리과정은 대통령의 공약인 만큼 국가시책으로 해야 한다. 국가의 부담을 지방에 넘겨서는 안된다”며 “교부금을 20.27%에서 25.27%로 늘리지 않는 이상 지방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반대 입장을 설명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보육대란을 앞두고 교육청마다 형편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지자체에) 맞는 해결책을 마련해 달라”며 “목적 예비비 3천억원은 빨리 집행해 주고, 부산처럼 몇개월만 확보된 곳에서는 추경에 편성해서 1년치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유아교육법, 영유아교육법, 지방재정교부금법 등 그 어디에도 시·도의 누리과정 예산 의무편성 조항이 없다”면서 “지방에 부담을 안기는 것은 헌법위반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장관은 이때쯤 일정을 이유로 자리에 일어나 회의장을 벗어났고, 교육감들은 노골적으로 불만감을 드러냈다.
이 장관이 자리를 뜨자 회의장 구석 구석에서 “(장관이) 같은 말만 되풀이 하면서…, 여기까지 뭐하러 왔나”, “장관이 자기 할말만 하고 간다. 정말 큰 문제다”라고 소리를 냈다.
기대를 모았던 이날의 만남이 또 다시 평행선을 달리는 서로의 입장만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고 전해지자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당장 오는 25일 교사 급여일을 맞게 되는 도내 유치원들은 임금 체불 공포 속에 원아 이탈 등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구체화되는 등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상태다.
조대현 경기도교육청 대변인은 “교육부 장관의 이같은 입장은 참으로 실망스럽다”면서 “현재까지 특별히 달라진 내용은 없고, 도교육청은 누리과정비상대책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사태 종료 때까지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도교육청은 자문변호사 11명의 법률자문 결과 8명이 경기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된 경기도교육청의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준예산으로 집행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