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필요한 자금을 저금리로 대출해 준다”고 속여 수십억원을 가로챈 국내 최대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안산단원경찰서는 사기 등의 혐의로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41)씨 등 11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김모(33·여)씨 등 2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박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 8일까지 인천 일대에 보이스피싱 콜센터 8곳을 차려놓고 김모씨 등 2천250명에게 전화를 걸어 ‘00캐피탈 대출직원’이라고 소개한 뒤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수수료 명목으로 33억8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등은 각 콜센터를 지점형태로 관리하고, 각 지점의 팀장들은 업무총괄부장에게 1일 출근현황과 편취금 결산 금액 보고를 하고 조직을 1·2차 텔레마케터(TM)로 역할을 나누는 등 기업형으로 운영했다.
1차 TM은 휴대폰번호 생성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대포폰으로 무작위 전화를 해 대출 희망 금액과 직업 등을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작성했다.
2차 TM은 1차 TM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다수에게 전화해 “대부업체에서 일정금액 대부받아 신용등급을 상향시키면 2개월 뒤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이고 “이를 위해 전산삭제비 등 수수료를 내야한다”며 특정 대부업체를 알선해 준 뒤 수수료를 받아 챙긴 뒤 연락을 끊는 수법을 시용했다.
피해자들은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까지 갚아야하는 2중 피해를 입었다.
경찰조사결과 지난해 하반기에 기승을 부린 대출빙자 수수료 사기전화의 대부분이 이들의 소행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을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수시로 사무실을 옮겼으며, 각종 지시와 보고는 철저히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내국인들로만 구성된 보이스피싱 조직 규모로는 사상 최대”라며 “이들은 범행으로 가로챈 돈으로 고급차를 구입하고 사설 스포츠 토토와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중국 등지로 달아난 공범 3명을 뒤쫓고 있다.
/안산=김준호기자 j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