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말
/윤수천
나이 들어 보니
중요한 말보다는
시시한 말이 자꾸 좋아져
차 한 잔 할까?
얼굴 한 번 봐야지?
특별히 무슨 용무가 있지도 않은
그냥 지나는 말처럼 들리는
그런 말들
내일은 뭐해?
글 좀 쓰나?
굳이 궁금할 것도 없는
그냥 한번 해보는 말처럼 들리는
그런 말들
시인의 시를 읽고 나면 가슴 속 어디선가로 부터 더운 김이 올라온다.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느낀 날은 더욱 공감이 간다. 해석할 필요가 없이, 읽으면 그 순간 알게 되는 시인의 마음. 시시한 말이 자꾸 좋아진다고 하신다. 차 한 잔 하기, 얼굴 한 번 보기, 내일 뭐하는지 궁금해 하고 글은 좀 쓰는 지 묻는 그런 말들. 가만히 그 말의 대상을 생각해보면 친한 사람일 것이다. 얼굴을 보고 싶어 하고 차를 한 잔 하거나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밥 한 그릇을 비우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채워 주고 싶다는 것이라고, 밥은 곧 마음이라고 하신다. 필요에 의해 하는 말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하게 되는 말들. 시시한 말은 바로 무한 사랑의 말이 아닐까? 조금 더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건네는 말 시시한 말.
/권월자 수원문학 수필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