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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칼럼]입학식

 

국내 대학은 2월 중순부터 하순 중에 졸업식과 입학식을 거행한다. 재학생을 보내고 신입생을 받기 때문에 졸업식이 입학식보다 수 일, 혹은 한 주 앞서서 진행된다. 학부는 4년 주기로 졸업을 하지만 남학생들은 군 복무 그리고 다양한 이유로 휴학하면 6년에서 길게는 8년 정도 대학에 머무르게 된다. 기업이 재학생을 선호하는 탓에 취업을 위해 졸업을 연기해서 얻는 결과도 크지 않다.

고등학교 재학 내내 입시로 지친 신입생들의 표정은 이미 입학이라는 관문을 뚫고 얻게 된 평온함이 어른들의 눈에는 어린이 같이 보인다. 한 주기를 지나면 다시 움트는 새싹처럼 통과의례를 하고 새롭게 시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다시 수 년 대학생활과 취업준비에 지친 졸업생들이 취업하여 첫 출근할 때의 표정은 다시 긴장되고 설렘으로 가득한 신입생들의 표정처럼 되겠지만, 졸업식 날 졸업생들의 표정이 노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제 늙어 정년이 되어 은퇴를 한 후 다행히 몸이 건강하여 노인대학에 입학하게 된다면 다시 새내기들의 표정처럼 밝아질 것이다. 감기를 몹시 앓고 나면 몸이 갓 태어난 듯 신선해지는 것을 느낀다. 감기는 지쳤던 몸을 잠시 추스르고 휴식한 후 새롭게 시작하라는 듯이 통과의례의 기간만큼 앓아야 낫는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대학은 종교기관이 설립한 대학이다. 2016년 입학식을 학교가 아닌 대학의 모태가 되는 대성당에서 처음으로 거행하였다. 몇 몇 교수들과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것에는 나름 몇 가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단과 학교의 관계성을 더욱 긴밀히 하여 더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자 하는 것과, 대학에 신입한 이후 4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교단이름을 갖고 있는 대학의 교단이 어떤 종교인지조차 모르고 졸업하는 것도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학의 건학이념과도 깊은 관계가 있고, 한 편으로는 장소성과 역사성, 그리고 건축사 측면에서도 자랑스러운 성당건축물을 통해 대학이 속한 교단을 이해하고, 또 성당 내부에서의 성과 속의 행사를 통해 대학과 교단이 얼마나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한 눈에 보여줌으로써 입학생들의 자긍심을 고양시키고자 함이 있었다. 특별히 시장님도 내왕하여 축사를 해주셨고 이로 인해 대학의 홍보효과는 덤으로 발생하였다. 참석했던 학부형과 신입생들은 경험한 1부의 거룩한 입학식 의식과 학생들의 세속적인 2부 토크와 공연 프로그램이 성스러운 공간에서 조화하며 소통할 수 있음을 처음 경험한 기회라면서 많은 감동의 경험담을 선물로 주었다.

오랜 관습을 벗어나 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때는 민주대학 진보대학이라고 별명 붙은 대학일수록 명분이 없이 진행할 때는 한 발자국 진전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누군가 조선 500년 역사에서 민주화가 가장 꽃을 피웠던 시기는 당파싸움으로 인해 조선이 망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당파가 한창이던 시기였다고 했다. 민주는 소수자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하며 이들의 의견으로 인해 진행이 더뎌짐으로써 결정해서 진행해야 할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더디게 가더라도 모두를 설득하고 소통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민주라는 것을 모를 사람 없고 이를 부정할 사람도 없다.

그러나 대학은 군대기구가 아니고 교수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기구와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에 여타 기관보다 설득해 가기가 쉽지 않고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구조개혁과 같은 중요한 사안을 결정을 하려고 하면 교수, 학생, 심지어 동창 동문 학부형까지 설득해야 하는 과정들 때문에 더딜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한시적으로 시행해야 할 기한을 강제하고 정부 지원 사업에 선택되면 이에 상응한 금액을 그 대학에 지원한다. 대학이 자체구조개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자극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교육부가 대학의 특성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개혁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상황에서 소형대학들은 이조차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입한 새내기들은 대학의 이러한 고충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교정을 바쁘게 뛰어 다닌다. 이들이 4년 동안 그 어떤 불이익 없이 학업에만 열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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