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노기술원이 기증받은 160억원 규모의 장비가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있다는 보도다(본보 4일자 1면). 한국나노기술원은 지난해 10월 인천송도에 위치한 반도체 센서 연구 및 개발업체인 지멤스와 협약을 맺고 IoT(사물인터넷) 센터 제조용 8인치 장비 15대를 무상으로 기증 받았다. 기증받은 이들 장비가 곤란을 겪는 것은 한국나노기술원이 지난 1월 말께 미래창조과학부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장비이전에 소요되는 비용 28억 중 경기도가 부담키로 한 15억원의 지원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나노기술원은 나노소자 및 화합물반도체와 관련한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또 업체에 장비를 지원해주는 기능을 하는 기관이다. 지멤스는 무상기증 협약과정에서 장비이전에 드는 경비 28억원 중 경기도가 15억원을 부담하고 5억원은 미래부, 나머지 8억원은 나노기술원 자체예산으로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한국나노기술원이 올 1월 미래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경기도가 지원을 약속한 비용을 부담하기가 모호해졌다는 얘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래부와 경기도는 당장이라도 해결책 마련에 함께 나서야 한다. 이같은 사태를 사전에 예측하지 못 한 미래부나, 정부기관에 돈을 대줄 근거가 없어졌다고 팔짱 낀 경기도 모두 장비를 활용해야 할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이 장비를 시스템소자 제작 및 시험·생산 등에 활용할 20여 개 도내 중소기업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더욱이 자동차와 함께 수출 1~2위를 다투는 품목이 반도체다. 그 공장들은 이천 용인 화성 등 대부분이 경기도에 위치한다. 경기도가 예산부담을 약속한 이유 중의 하나다. 나노기술원 설립을 위해 공사비 약 848억 원 중에서 경기도가 707억 원이나 부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감독원을 가져간 미래부도 경기도가 부담할 장비이전비용 15억원에 대해 이렇다 할 말도 없이 눈치만 보고 있는 셈이다. 공무원들은 온갖 규정에 의해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 그 규정을 고치려 하지도 않는다. 대통령이 부르짖는 규제개혁도 마찬가지다. 규정에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공무원들은 꼼짝도 안 한다. 감사가 무서워서란다. 그러나 이 경우는 다르다. 미래부나 경기도나 규정 찾다가는 끝이 없다. 맨날 회의만 한다고 답이 없다. 규제개혁이란 이런 걸 해결하는 거다. 국민이나 기업으로부터 원성듣기 전에 당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